587경기 만에 1천만 관중 돌파…지난해 671경기보다 빨라
ABS로 '공정성' 중시하는 MZ세대에 어필, 피치 클록으로 경기 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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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 만원 관중 속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2025.8.10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프로야구가 사상 최초로 '1천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었던 지난 시즌 대기록이 탄생했던 날짜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느껴졌던 9월 15일이다.
경기 수로 따지면 671경기 만이다.
2년 연속 1천만 관중이라는 신기원을 이룬 올해 프로야구는 작년보다 더 빨리 대기록을 달성했다.
여전히 더위가 기승을 부린 23일 경기로 2025시즌 KBO리그는 올 시즌 587경기 만에 1천만 관중을 돌파했다.
작년보다 날짜로는 23일, 경기 수로는 84경기 빠른 수치다.
1995년 사상 최초로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프로야구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중반까지 '암흑기'를 보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계기로 그해 프로야구는 1995년 이후 13년 다시 500만 관중을 넘겼고, 이후 꾸준히 우상향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무관중 경기를 치러 바닥을 쳤던 프로야구 관중은 팬데믹이 물러나기 시작한 2022년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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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에 1만 7890명의 만원 관중(외야석 미개방)이 찾아와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2025.3.9 sbkang@yna.co.kr
그리고 2023년 810만명이 입장하더니 지난해 사상 최초로 1천만 관중을 넘어 1천88만7천705명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말 그대로 한국 프로야구의 최전성기다.
이미 1천만 관중을 돌파한 가운데, 지금 추세라면 1천2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팬 성향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기 폭발의 키워드는 '여성', 그리고 'MZ 세대'였다.
오프라인 전체 응답자의 64.3%는 프로야구 관심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20대 여성은 무려 77.9%가 관심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한 20대와 30대 여성은 응원팀 용품 구매에서도 평균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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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이날 경기 입장권이 모두 판매된 가운데 관중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2025.8.20 nowwego@yna.co.kr
야구계는 2년 연속 1천만 관중 돌파의 배경을 다양한 곳에서 찾는다.
자동 볼 판정시스템(ABS) 도입으로 '공정성'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마음을 얻었고, 올해 피치 클록까지 본격적으로 도입해 경기 시간을 줄였다.
정규이닝 기준 2025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분으로 지난 시즌의 3시간 10분보다 10분 가까이 줄었다.
KBO 관계자는 "스피디한 것을 좋아하는 MZ 세대에게 더 빠른 경기 진행과 플레이 템포로 어필한 것"이라고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여기에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정원 1만7천석)의 신규 개장으로 최대 수용 관중도 늘었다.
'더 짧게'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점도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KBO는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새로 체결하는 과정에서 40초 내 경기 영상을 팬들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다수 연령층이 주로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본다고 답한 것과 달리, 흥행을 이끄는 20대 여성 상당수는 '쇼츠' 등 더 짧은 영상만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야구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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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25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경기 중 전광판에 연속 매진 안내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2025. 5. 25 coolee@yna.co.kr
KBO 관계자는 "팬들이 경기 영상과 야구장 방문 영상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본인 계정에 올리고 공유하면서, 야구 직관이 하나의 '놀이 콘텐츠'가 됐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으로 다른 취미 활동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야구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3시간 이상 즐겁게 보내는 게 유행으로 자리한 것이다.
또한 특이하고 귀여운 물품을 좋아하는 MZ 세대에 맞춰서 구단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는 것도 야구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도 있다.
구장 내 매장 '오픈런'을 통해 어렵게 확보한 제품을 착용하기 위해서라도 야구장을 찾는다는 의미다.
KBO 사무국과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야구장으로 몰려든 팬들의 마음을 앞으로도 붙잡는 게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KBO 관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야구팬들이 야구장에서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하도록 리그 차원에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8월23일 18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