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병·마약·독감도 자가검사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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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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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 탓에 병원 방문을 망설이게 했던 검사들이 일상으로 들어온다. 성병이나 마약 등 타인에게 드러내기 부담스러운 검사일수록 병원 문턱은 높았다. 앞으로는 이들 검사와 더불어 매년 대기 줄이 끊이지 않는 독감까지 집에서 직접 확인하는 길이 열린다. 정부가 독감·성병·마약 자가진단키트를 일반 소비자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품목 확대를 추진하면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독감·성병·마약 관련 진단키트를 일반 소비자도 직접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고시에 성병검사, 마약검사, 독감검사 등 3개 품목을 추가할 방침이다.

현재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자가검사 품목은 코로나19, HIV(에이즈), 임신, 배란 등 4종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그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체외진단의료기기 고시에 성병 검사, 마약 검사, 독감 검사 등 3개 분야의 품목 분류를 새롭게 만드는 내용으로 행정예고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개인용 자가검사 품목 확대에 나선 것은 공중보건 측면과 소비자의 알권리를 함께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특히 독감 유행철에는 병·의원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단순 검사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검사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전문가 의견 수렴도 마무리됐다. 식약처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의료 단체, 소비자단체, 산업계 등과 지난해 9월부터 여러 차례 협의를 이어왔다. 논의 과정에서 오남용 우려와 정확도 문제를 짚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큰 틀에서는 자가검사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찬성 의견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대신 조건이 붙는다. 자가검사용 제품은 어디까지나 ‘확진용’이 아니라 ‘보조 검사용’이라는 점을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외부 포장과 용기에 관련 문구를 표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증상이 있거나 처방이 필요하다면 결국 의료기관을 방문해 다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함께 안내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보조적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외부 포장과 용기에 표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초기 선별과 확인의 편의를 높이는 도구로 쓰이되, 최종 진단과 치료 결정은 의료기관이 맡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제도 변화가 의료체계를 대체하기보다, 검사 접근성을 높이는 ‘중간 단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체외진단 업계는 이번 조치가 팬데믹 이후 급격히 위축된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지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 상당수 진단기업은 매출 급감과 재고 부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압박에 시달려 왔다. 독감, 성병, 마약 등으로 개인용 진단 품목이 넓어지면 기존 병원용 중심이던 시장에서 소비자 직접판매(B2C) 영역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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