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커지는 변동성, 경각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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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커지는 변동성, 경각심이 필요하다

올해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이 39일 만에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언제라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조건부 일시 휴전이다. 전쟁의 여파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불러온 에너지 위기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각각 13%, 20% 규모의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IMF 춘계 연차총회 개막 연설에서 “모든 길이 고물가와 저성장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와 저성장 기조에 갇힌 우리 경제에는 심각한 발등의 불이다. 이번 중동 전쟁은 그동안 미·중 갈등으로 점증하고 있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특히 지난 40여 년간 세계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한 다자주의 무역체제, 경제 개방과 협력이라는 시대정신의 퇴조가 더욱 가속화할 위험이 커졌다. 우리의 저성장 탈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 금융시장 역시 비은행 부문의 약진, 디지털 금융 확산 등 빠르게 진행 중인 구조 변화에 더해 지정학적 외부 요인에 의한 ‘금융 분절화(financial fragmentation)’ 가능성이 겹치면서 복합적인 시스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점점 불리해지는 국제 경제환경 속에서 각 국가는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점증하는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에 대비해 자국 경제의 안정을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각별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일일 주가 변화율의 30일 이동 표준편차로 계산한 변동성(volatility)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작년 하반기 이후 급등세를 보이면서 올 4월 초에는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보다 훨씬 큰 충격으로 세계 경제를 강타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직후에 비해서도 코스피는 20% 이상 높은 수준이고 코스닥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환율 변동성 역시 올해 2월부터 급등세를 나타내며 4월 초에는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 이어 2016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없었다면 환율 변동성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중동 전쟁이 초래한 지정학적 불안 및 에너지 위기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외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의 대표적 공포지수인 변동성 지수(VIX)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최근의 변동성 확대가 국내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소수 종목이 주도하는 가파른 주가 상승의 이면에 불안심리 역시 커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가와 환율 변동성만큼 크지는 않지만 기업 경기 측면에서도 업종 간 양극화를 반영하는 변동성 확대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구성 항목 중 제조업 23개 업종별 채산성 BSI의 표준편차(6개월 이동평균)로 계산한 변동성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추세적으로 확대되며 최근엔 2016년 이후 정점을 기록했다. 비제조업도 14개 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금사정 BIS의 변동성이 2025년 초반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자금사정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시경제 차원의 변동성 확대와 미시산업 차원의 양극화 심화는 국내외 충격에 대한 우리 경제의 복원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자산 가격의 과도한 변동성은 자본시장을 안정적인 장기 투자보다 투기적 단기거래의 장으로 변질시켜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반대로 인위적인 주가 견인 및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반복적 시장 개입 역시 시장 왜곡과 효율성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정책당국이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시장과의 소통,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혁 등을 통해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바람직한 정책적 균형점을 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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