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원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이는 1920년대 저명한 경제학자 어빙 피셔였다. 그로부터 열흘도 안 돼 다우지수가 폭락하며 대공황의 서막이 열린 건 익히 알려진 얘기다.
반대 사례도 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닷컴 버블 때 주식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했지만 나스닥지수가 정점을 찍고 주저앉은 건 그로부터 3년도 더 지나서였다.
누구도 주가 움직임을 맞추기는 어렵다. 뉴턴은 남해(South Sea) 주식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주가는 과거 움직임이나 추세와는 아무 상관 없이 무작위로 움직인다는 ‘랜덤 워크’ 이론까지 있을 정도다.
그래도 주식시장의 역사를 보면 좋은 기업을 골라 장기 투자하면 돈을 벌 확률이 높다.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험난한 시기를 거치면서도 꾸준히 우상향한 미국 증시가 대표적이다.
요즘은 한국 증시도 체급이 올라갔다. 반도체, 로봇, 원전, 방산 등 핵심 산업의 병목을 틀어쥔 기업이 늘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랐다.
문제는 과도한 탐욕이다. 그중 하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다. 반도체 주가가 오를 땐 좋다. 유가증권시장 대장주 상승률의 두 배를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주가가 떨어질 땐 두 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다. 몇 년 치 주문도 이미 받아놨다.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내후년 이익이 더 난다고 한다. 증권사는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린다. 레버리지에 투자하면 두 배 속도로 돈을 벌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 납품이 언제 될지 몰라 전전긍긍했고, 하이닉스가 7조원대 적자를 내고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게 불과 3년 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메모리 호황을 예상한 이는 드물다. 뒤집어 보면, 지금의 반도체 호황이 언제 꺼질지 누가 알 수 있겠나.
증시 역사에서도 당대의 스타주가 날개 없이 추락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앤드루 로스 소킨이 <1929>에서 “역사상 미국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단 하나의 회사 혹은 주식”으로 꼽은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도 그랬다. 당시 라디오는 지금의 인공지능(AI)에 비견할 만한 혁신의 상징이었다. 미 전역에 라디오가 보급됐고 라디오 방송국이 우후죽순 생겼다. RCA는 라디오 제조는 물론 관련 특허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 덕분에 주가는 1921년 1.5달러에서 1929년 114달러대까지 뛰었다. ‘빚투’도 늘었다. 하지만 대공황과 함께 주가가 고꾸라지며 1932년 3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고 1960년대까지 이전 고점을 넘지 못했다. 닷컴 버블 땐 시스코가 인터넷 열풍을 타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잠시뿐이었다.
‘반도체는 다르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틀 전 블랙 먼데이 때 삼성전자 레버리지는 20%, 하이닉스 레버리지는 15% 안팎 폭락했다. 게다가 주가가 계속 떨어지지 않고 출렁이기만 해도 ‘음의 복리 효과’에 따라 원금이 녹아내리는 게 레버리지 투자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는 분산 투자 효과도 없다. 그만큼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삼전·닉스 레버리지에 판매 2주도 안 돼 약 8조원의 개인 자금이 몰렸다. 최근 한 달간 개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 상당수는 삼전·닉스 레버리지였다. ‘나는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치명적 자만이라고 할까.
금융당국이 왜 이런 상품을 허용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검토됐을 땐 환율 방어 목적이 컸다. 서학 개미를 국내 증시로 유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다. 하지만 환율도 못 잡고 위험만 키운 꼴이 됐다. 그것도 증시 고점 논란이 한창일 때.
헤밍웨이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당신은 어쩌다 파산했습니까?”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을 이보다 더 잘 경고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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