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는 요즘 초미의 관심사다. 경제, 사회, 국방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 추세이니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은 출생아 수 감소다. 한국 출생아 수 통계를 보면 1970년대 초반에 연간 약 100만 명을 기록한 이후 추세적으로 감소하다가 2020년 20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특히 2016년부터 2023년까지는 단 한 해도 예외 없이 출생아가 줄어들어 세종시를 제외하면 대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출생아 수가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 간 격차, 인프라 수준에 관계없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경제적 부담 등이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2024년 들어 감소 추세인 출생아 수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는 23만8343명으로 전년(23만28명)보다 8315명(3.6%) 증가해 9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데이터를 더 자세히 보면 출생아 수는 지난해 초반까지 감소했는데 7월부터 확연히 늘었다. 줄곧 감소하던 출생아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환영해야 마땅한 일인데, 과연 이것이 우연한 일시적 현상인지 근본적 변화의 시작인지 알아보는 것이 향후 효율적인 인구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것이다.
데이터 흐름이 갑자기 변하는 현상을 데이터 분석에서는 ‘구조적 변화’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냉장고가 도입되고 일정한 기간이 흐른 뒤 많은 국가,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위암 발생률이 낮아졌다. 이는 냉장고 도입으로 짠 음식 섭취가 줄어든 결과로, 위암 발생률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예로 미국의 중범죄 발생률을 들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91년부터 이 비율이 현저히 줄었는데, 이와 관련해 1973년 미국 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판결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미국의 한 저명 경제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서 제기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낙태가 합법화되면서 저소득층 소녀의 원치 않는 출산이 줄고, 그 결과 비행 청소년이 감소해 중범죄 발생률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2024년 7월부터 출생아가 증가한 원인을 파악하려면 그 이전에 출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자연적·문화적·제도적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단 자연적·문화적 요인이 급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므로 이는 배제하기로 하자. 출산 결정에서 실제 출산까지 약 1년이 소요되므로 2023년 여름 무렵 발생한 어떤 사건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도 2023년 7월 27일 기획재정부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증여세 감면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2024년부터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최대 3억원까지 양가 부모에게 증여받을 경우 증여세가 면제됐다. 3억원은 주택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금액이므로 재정적 여유가 생기면 신혼부부들이 출산을 고려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출생아 수 증가의 주원인은 증여세 감면 정책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청년 대상 주택 공급 정책도 일정 부분 기여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추진돼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갑작스러운 출생아 수 증가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증여세 감면이 출생아 수 증가의 주원인이라는 추론이 타당하다면 이 정책을 더욱 확대하거나 상속 재산을 미리 이전할 수 있는 제도(예컨대 1억원을 선(先)상속하면 상속공제액에서 1억원을 차감하는 방식)를 도입하는 것도 출생아 수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상속 제도는 정부 지출이 따로 들지 않으며 세수 감소도 발생하지 않는 방안이다. 일부에서는 증여세 감면이나 선상속 제도가 특정 계층만을 위한 혜택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형평성 논쟁을 뒤로 미룰 만큼 인구 감소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지속적인 출생아 수 감소는 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소비 위축, 지방 소멸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출생아 수 증가보다 시급한 과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