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검사를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기다란 면봉을 코 안쪽 깊숙이 찔러 넣으면, 눈물이 핑 돌 만큼 얼얼한 순간 말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자가검사키트에 익숙해진 지금도, 독감 검사만큼은 여전히 ‘병원에 가서 아프게 받아야 하는 검사’라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독감 유행 철마다 검사를 무서워하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뺀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앞으로는 이런 검사의 두려움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병, 마약과 함께 독감 감염 여부를 집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자가검사키트 허용 품목을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전문가용 검사처럼 면봉을 코 10cm 안팎 깊이의 ‘비인두’까지 억지로 밀어 넣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추후 허용될 독감 자가검사키트는 콧구멍 안쪽 1.5~2㎝ 깊이인 코 앞쪽(비강)만 가볍게 문질러 검체를 채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올바른 사용법만 숙지한다면 누구나 집에서 쉽게 검사할 수 있습니다.
검사 방법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와 거의 비슷합니다. 손을 씻은 뒤 면봉으로 콧구멍 안쪽을 부드럽게 10회 정도 문질러 검체를 채취하고, 이를 추출액이 담긴 튜브에 넣어 저어준 뒤 검사기에 세 방울 정도 떨어뜨리면 됩니다. 15분 후 ‘C’(대조선)에만 줄이 생기면 음성, ‘T’(시험선)까지 두 줄이 생기면 양성으로 판독합니다.
‘코 앞만 살짝 찌르는데 과연 정확할까?’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과거 식약처가 일반인용 독감 검사 키트 도입에 신중했던 이유 역시, 얕게 채취했을 때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체외진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검사 키트 내 시약의 바이러스 감지 능력이 크게 향상돼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 여부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해외 상황도 비슷합니다.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주요국에서는 자가검사용 독감 검사키트가 다수 허가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독감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검체 유형 중 하나로 비강 검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비강 검체를 사용하는 독감 단독 자가검사용 키트가 승인되기도 했습니다.
눈물 쏙 빼도록 코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던 고통 대신, 기술의 진일보가 가져다준 간편한 자가검사가 유행 철마다 북적이는 병원 대기석의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됩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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