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찾는 '무릎 명의'…정형외과 수술 기준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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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왼쪽 앞에서 두 번째)가 무릎 손상 환자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이상학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왼쪽 앞에서 두 번째)가 무릎 손상 환자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의학은 교과서가 끊임없이 바뀌는 학문이다. 사람을 살린다는 본질을 제외하면 진단과 치료법은 계속 진화한다. 의사들이 모인 국제학회에서 수시로 만들어 공개하는 의학 학술지와 진료 가이드라인은 그 시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정의한 ‘교과서’다. 이상학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는 무릎 환자를 보는 세계 의료진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만 100편이 넘는다. ‘한땀 한땀’ 꿰매는 정교한 연골판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했다. 그는 “십자인대나 반월상 연골판 손상 환자는 나이와 상태, 평소 활동 범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며 “적절한 치료를 설계해 추후 인공관절 수술로 이어지지 않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했다.

◇ 십자인대·반월판 수술 전문가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 앞 뒤로 교차해 십자 모양을 이루는 전·후방 인대다. 여러 고무줄이 뭉쳐져 다발을 만드는 것처럼 탄탄하고 질긴 섬유끈이 뭉쳐져 무릎 안정성을 높여준다.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 위아래 관절 사이에 말발굽 모양으로 스펀지처럼 붙어 있는 보호 조직이다. 안쪽(내측)과 바깥쪽(외측) 두개 연골판이 관절 충격을 줄여준다. 무릎 질환자는 대부분 고령층이다. 나이 들어 관절염이 악화해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는 환자가 흔하다. 이 교수 환자는 이들보다 젊다. 태어날 때부터 연골판 기형이 있거나 운동을 하다가 인대가 끊어진 환자다. 젊은 환자가 많다보니 치료 목표는 분명하다. 긴 여생 동안 최대한 환자 무릎을 보존해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세계가 찾는 '무릎 명의'…정형외과 수술 기준을 만들다

연골판 손상 환자라면 수술로 정상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파열이 많이 진행되면 그만큼 많은 부위를 도려낸다. 손상을 방치하다가 연골판을 모두 잘라내야 할 정도로 망가져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 이 교수는 “일찍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무릎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있었는데도 이를 놓쳐 병원을 늦게 찾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성과주의에 매몰돼 유소년 스포츠 선수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것도 그에겐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다.

◇ 연골판 봉합술 기술은 ‘세계 최고’

콜라겐 구조물인 연골판은 한번 망가지면 스스로 회복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흡수성 실로 망가진 연골판을 한 땀씩 꿰매는 정교한 봉합술로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 난도가 높아 구사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 일정량의 수술을 시행하는 ‘러닝커브’를 쌓아야 속도와 실력을 높일 수 있지만 이 단계까지 버티는 의사가 드물다. 그의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 호주, 스페인 등에서도 의사들이 찾아오는 이유다. 이 교수는 반월상 연골판 국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아시아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유럽관절경학회 학술대회에선 세션 좌장을 맡을 정도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최근엔 줄기세포로 치료 성적을 높이는 연구도 시작했다.

이 교수를 찾는 소아 환자가 흔히 앓는 병은 연골판 기형이다. 말발굽 모양이어야 할 연골판이 원판 모양으로 태어난 ‘원판형 연골’ 수술만 900건 넘게 했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수다. 한국 등 동아시아엔 이런 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가 서구권의 10배에 이른다. 국내 출생아의 3%가량이 기형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가장 큰 보람은 이런 아이들에게 ‘일상 생활’을 선물하는 것이다. 달리기는 엄두도 못 내고 절뚝거리며 엄마 손을 잡고 10년 전 진료실로 찾아왔던 세 살 여자 아이는 양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학교에서 또래와 뛰어놀며 ‘체육 수업’을 받게 됐다.

기형이 있어도 제때 적절한 수술을 받고 6개월만 지나면 95% 이상은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다. 아이 무릎에서 ‘뚝뚝’ 거리는 소리가 계속 난다면 의심해야 한다. 무릎이 아프다고 밤마다 우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걸을 때 절뚝거리거나 다리가 잘 펴지지 않는 것도 연골판 기형의 증상이다.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스스로 운동 수준 잘 파악해야

무릎 앞쪽의 전방 십자인대 부상은 선진국병, 후방 십자인대는 후진국병으로 불린다. 후방 인대는 오토바이 등을 타다 다치는 것처럼 사고로 많이 망가진다. 전방 인대는 스포츠 손상이 많다. 과거엔 국내도 후방 인대 부상이 많았지만 최근엔 전방 인대 부상이 늘고 있다. 전방 인대 부상자 유형은 ‘운동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최근 겨울철엔 스키 부상이 늘고 있다. 스노보드를 타다 다치면 상대적으로 손이나 팔 등 상지 부상을 입는다. 스키는 십자인대 등 하지 부상이 많다. 그간 스노보드가 유행하면서 겨울에 이 교수를 찾는 무릎 질환자는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최근 1~2년새 다시 스키 인구가 늘면서 무릎 부상자도 많아졌다. 계절에 상관없이 무릎을 다치는 가장 흔한 스포츠는 축구와 농구다. 그는 “여성은 최근 들어 클라이밍, 테니스 등을 즐기다 다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스스로 ‘운동 수준’을 잘 파악해야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고 스키 등은 상급 코스 진입 전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이 교수는 “스키 초급자는 넘어질 때 장비가 잘 풀리도록 세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개 장비 대여 업체에서 이를 조정하는데 부츠와 스키가 너무 강하게 붙어 부상을 입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막는 관절 관리법을 물었다. “무릎에 하중이 가는 동작을 피해라. 주변 근력을 강화해라. 소염제 등으로 염증을 적극 조절해라. 연골판 손상은 제때 수술해 관절염 진행을 막아라.” 명의가 내놓은 네 가지 원칙이다.

이지현 기자

약력

2000년 중앙대 의대 졸업
2011년~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관절센터장
2014년 북미관절경학회 및
국제관절경학회 학술지 편집위원
2017~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스크립스헬스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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