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A02는 3세대보다 더 넓은 변이 스펙트럼과 CNS 활성, 그리고 더 나은 안전성 프로파일을 기대할 수 있는 약물입니다.”
JIN-A02 임상시험 총괄 자문을 맡고 있는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현장에서 한경바이오인사이트와 만나 9일 이같이 밝혔다.
올해 학회 현장 분위기는 사실상 아스트라제네카가 주도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었다. 블록버스터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와 백금화학항암제를 EGFR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함께 투여한 임상 3상(FLAURA2)에서 생존기간 중앙값(mOS) 47.5개월이 보고 되면서 사실상 이번 학회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백금화학요법 외에도 항체약물접합체(ADC), 다른 MET 억제제 등 1차·2차 요법 가릴 것 없이 병용요법의 경우의 수를 확대하면서 빈틈없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존슨앤드존슨 또한 데이터의 성숙도는 타그리소에 미치지 못했으나 추정 mOS가 48개월 이상이 예상된다는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 임상 결과(MARIPOSA3)를 업데이트해 ‘맞불’을 놨다. 올해 WCLC의 분위기 자체를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쥔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했던 것.
국내에서는 제이인츠바이오가 유일하게 4세대 EGFR 표적항암제 후보물질로 이 경쟁에 참전했다.
JIN-A02 장기 복용 1년 10개월 이상 유지
제이인츠바이오가 개발 중인 ‘JIN-A02’는 EGFR 3세대 TKI 내성 기전으로 꼽히는 C797S 변이는 물론 엑손19결손, T790M, L858R 등 주요 변이를 모두 표적할 수 있는 약물이다. 이번 학회에서 전임상과 임상 1/2상 초기 데이터를 동시에 발표하며 글로벌 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임상 1/2상은 한국·미국·태국 등 다국가에서 진행 중이다(NCT05394831). 이번에 공개된 임상 데이터는 용량증량 파트(Part A) 결과다. 총 23명의 환자가 참여했으며, 최대 300㎎ 1일 1회 투여까지 용량제한독성(DLT)은 나타나지 않았다. 약물 관련 이상반응(TRAEs)도 대부분 1~2등급 수준이었다.
결과에 따르면 뚜렷한 효능 신호가 확인됐다. 300㎎뿐 아니라 50㎎, 100㎎ 코호트에도 각각 부분반응(PR)이 확인됐으며, 종양 크기가 최대 77.3% 감소한 사례도 보고됐다. 일부 환자는 1년 10개월 이상 안정적인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3명의 환자에서 뇌전이 감소가 확인되었으며, 이 중 1명에서는 뇌전이 병변이 완전히 소실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순환종양 DNA(ctDNA) 분석에서도 유의미한 분자 반응이 확인됐다. 300㎎ 투여 환자에서 C797S와 엑손19결손 변이가 완전히 소실됐고, T790M 변이 또한 현저히 감소했다. 희귀 EGFR 변이(G719X, L718X/G724S, Ex20ins, L861Q 등)도 50㎎ 이상 용량에서 모두 사라졌다. 조 교수는 “JIN-A02는 단순히 C797S 내성 변이만 겨냥하는 약이 아니라, 더 넓은 변이 스펙트럼과 뇌 전이까지 억제하는 효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약물”이라며 “현재까지 확보된 데이터로는 4세대 EGFR-TKI 중 가장 성숙한 임상 결과를 갖춘 후보”라고 강조했다.
cMET ADC와 병용 시 종양 억제력 강화”
JIN-A02를 cMET ADC와 병용한 전임상 데이터도 이번 학회에서 함께 공개했다.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JIN-A02가 오시머티닙, 레이저티닙에 비해 C797S 돌연변이에 대해 우수한 결합 친화도를 보였으며, 환자 유래 세포주에서 엑손19결손, L858R 등의 EGFR 주요 돌연변이에 대해 오시머티닙 보다 낮은 억제농도(IC90)를 기록했다. 조 교수는 “JIN-A02는 90% 이상의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농도(IC90)가 오시머티닙보다 월등히 낮게 나타났다”며 “기존 약물 대비 우수한 항암 활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MET 증폭을 동반한 EGFR L858R 환자 유래 종양 모델(PDTX)에서 cMET ADC(텔리소투주맙 베도틴)와 병용했을 때 거의 완전한 종양 축소와 지속적인 억제 효과가 관찰됐다. 병용군은 단독군과 달리 치료 중단 이후에도 종양 억제 효과가 유지돼 장기 치료 전략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8일(현지시간) e포스터 발표를 맡았던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JIN-A02는 EGFR 이중·삼중 변이를 동시에 억제하면서 기존 약물 대비 우월한 항종양 활성을 보였다”며 “종양 조직 이질성으로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