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 공습 뒤엔…'996' 고강도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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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품질 양산형 게임으로 불리던 중국 게임산업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성장하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게임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중국 게임사들이 막대한 자본 투입과 ‘996 직장 문화’(주 6일 오전 9시~오후 9시 근무)로 대표되는 집중 근로 체계를 바탕으로 게임 품질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9일 중국 오디오비디오디지털출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1680억위안(약 32조563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472억위안) 대비 14%가량 증가했다. 5년 만의 최고 성장률이다.

업계에선 “‘996’식 고강도 노동이 단기간에 개발 효율과 품질을 끌어올린 핵심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996 체계가 사실상 제도처럼 굳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정보기술(IT)·게임 기업은 이를 조직문화로 고착화하며 프로젝트 단위의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 고임금과 성과 보상, 빠른 승진 기회로 젊은 인력을 붙잡아두며 게임산업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201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짝퉁’ 이미지를 벗고 고품질·대규모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노동 강도를 희생 삼아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중국식 성장 논리가 관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 게임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앱 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양대 모바일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의 국내 상위 10위권에는 중국산 게임이 3개씩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 흐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게임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은 2019년 40.6%에서 2023년 30%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은 996식 고강도 근무와 국가 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주 52시간제와 경직된 규제에 묶여 역전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한국 콘텐츠산업 특성을 감안한 집중 근무와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재량·탄력근로제 같은 유연한 노동 제도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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