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윈’ 기술의 활용 미래
디지털 트윈, 생활-산업 분야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안전-효율성 높여
인체 디지털 복제는 특히 이점 커… 위험한 실험 없이 치료법 찾을 수
뇌 디지털 복제해 데이터 추적하면 ‘불치병’ 뇌 질환도 예방할 수 있어
디지털 트윈의 기본 개념은 물리적 실체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하고, 지속적인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시뮬레이션과 분석, 그리고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기를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에너지 아웃풋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을지 설계하고,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재현해 교통 체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실험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서도 디지털 트윈 도시와 자동차를 이용해 실제 도로에서 사고 없이 안전하게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알고리즘을 최적화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이 특히 중요한 분야가 의료다. 각 하나뿐인 인체를 대상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위험한 실험을 직접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인체 디지털 트윈은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정답에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자,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치료법 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큰 장점이 있다.
확실친 않아도 위험할 수 있는 치료법을 실제 10명에게 실험해 보고 효과가 있음을 알아냈다고 해보자. 비교적 빠른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은 10명이 아니라 단 한 명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만약 각 개인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해 진단하고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을지 안전하게 검증해 볼 수 있다.
다만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대상이 되는 물리적 실체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아야만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윈드터빈, 도시, 자동차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인체 디지털 트윈이 과학,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가령 심장병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기존에 심장 근처 혈관에 조영제를 직접 투여하는 치사율이 있는 시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환자의 심장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심장의 혈류를 분석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는 심장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 디지털 데이터 처리 기술, 그리고 AI의 발전 덕분에 가능해진 의료용 인체 디지털 트윈의 대표적인 사례다.의료 디지털 트윈 중에서도 뇌의 디지털 트윈은 더 특별하다. 뇌는 지금까지 인류에게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뇌의 작동 원리에 기반해 개인 맞춤형 뇌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자신의 뇌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심장 혈류를 CT로 촬영해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것처럼, 뇌 기능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수집하느냐에 따라 뇌 디지털 트윈이 할 수 있는 일도 달라진다. 오늘 뇌 기능 검사를 통해 만든 디지털 트윈으로는 정상인의 평균과 비교해 내 뇌 기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면, 뇌 기능이 어떤 추세로 변화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번 검사했을 때는 뇌 기능이 정상인 평균에 가깝더라도, 이후 검사에서 점차 기능이 떨어진다면 이는 뇌 질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하며,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또한, 검사할 때 측정 횟수와 시간이 늘어날수록 뇌의 기능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결국 내 디지털 트윈을 지속적으로 만들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내 뇌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테슬라 차량의 디지털 트윈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학습해 왔기 때문이다. ‘옵티머스’와 같은 로봇 역시 인간의 움직임을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내 뇌의 디지털 트윈에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뇌 질환을 더 조기에 발견하고, 발견된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지금까지 뇌 질환은 불치병으로 여겨졌고, 한번 발병하면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내 뇌 건강도 내 디지털 트윈을 통해 지켜 나갈 수 있는 시대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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