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성우와 함께 '더빙 토크'…"노래는 더빙 안 한 게 정체성에 맞아"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국어 더빙판 자막 가사는 원곡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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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넷플릭스 해외 콘텐츠 한국어 더빙 이야기' 토크세션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연을 맡은 신나리, 민승우 성우(오른쪽부터)가 극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더빙은 듣는 것을 넘어서 경험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자막 선호도가 굉장히 높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해외 콘텐츠의 한국어 더빙을 지속 확대하며 시청자의 선택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가 한국어 더빙을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방식과 그 영향력을 조명하고자 11일 '넷플릭스 해외 콘텐츠 한국어 더빙 이야기' 토크 세션을 열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더빙에 참여한 파트너사 '픽셀로직코리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넷플릭스 더빙팀 외에 성우 캐스팅부터 번역, 감수, 녹음, 믹싱까지 제작을 이끈 PD와 주연 캐릭터 루미와 진우의 더빙을 맡은 신나리, 민승우 성우가 참여해 더빙 제작 과정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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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민디 넷플릭스 시니어 매니저는 넷플릭스에서 한국어 더빙의 영역이 점점 확대하고 있으며 시청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시니어 매니저는 "더빙이라고하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많이 떠올릴 텐데, 더빙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시청자는 훨씬 더 다양해지고 있다"며 "어린이·유아뿐 아니라 귀로 듣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고령층도 있고, 집안일이나 출근, 운동 중에 한국어 더빙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 한인들이 자녀에게 한국어 교육용으로 더빙을 사용하기도 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더빙에 음성 화면해설을 더한 콘텐츠가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어 더빙을 담당한 김형석 PD는 진우 역의 민승우 성우를 캐스팅하는 데 있어서 "보통을 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귀마' 역의 이병헌 배우의 아우라에 밀리지 않아야 하고, 따뜻한 감정 표현도 가능해야 하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며 "먼저 녹음한 이병헌 배우의 모습을 틀어놓고 민승우 성우가 맞춰 연기하는 것을 보고 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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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픽셀로직코리아 김민수 디렉터, 픽셀로직코리아 김형석PD, 신나리 성우, 민승우 성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 성우는 "애초 이 작품의 주인공은 헌트릭스니까 저는 빌런(악당)이라고 생각했다"며 "'진우'는 입체적이고 사연이 있으며, 밉지만은 않고 측은지심과 동정,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등 매력적인 빌런의 요소를 너무 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 후반부 루미가 자신이 속은 것을 알고 진우에게 '네가 어떻게 이래'라고 말한 뒤 진우가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 모든 것을 다 담아내야 하는 신이라고 생각했다"며 "꾸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과물이 제 기량보다도 더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성우는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루미가 양부모인 셀린과 대치하는 장면"이라며 "자신에게 '문양'이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셀린의 제지로 하지 못한 것이 어떻게 드러나게 되면서 체념하는 마음과 함께 해방감 같은 것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장면을 연기할 땐 루미가 안타까웠고 그만큼 더 잘 표현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면 "첫 장면 비행기에서 김밥 먹고 라면 먹고 하는 평범한 소녀들의 모습은 가장 편하게 녹음했고 가장 즐겁게 했다"고 덧붙였다.
두 성우는 현장에서 극중 루미와 진우가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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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넷플릭스 해외 콘텐츠 한국어 더빙 이야기' 토크세션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연을 맡은 신나리, 민승우 성우(오른쪽부터)가 극중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는 한국어 더빙 업계의 지속적 성우 양성을 위해 신예와 베테랑 성우를 다양하게 기용하며 세대가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신인아이돌이 활약하는 콘텐츠에 맞춰 새로운 목소리가 어울릴 것으로 보고 대부분의 배역을 자유계약 성우가 된 지 얼마 안 된 신인 성우들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노래들을 한국어로 더빙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김민수 픽셀로직코리아 디렉터는 "노래는 (더빙으로) 녹음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체성이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원곡을 부른 아티스트가 한국인이고 노래 자체가 케이팝 장르인 점을 고려해 한국어 더빙 버전에서도 노래는 원곡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다만 한국어 더빙판의 노래 부분 자막을 보면 원곡과 많이 다르다며 "많은 작업자들이 참여해서 그 가사가 나왔다"며 "저희가 노래하듯이 그렇게 썼다"고 말해, 한국어 노래를 위한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또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어 더빙 역시 '돌비 애트모스'로 녹음돼 극장과 같은 현장감·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고 넷플릭스는 소개했다.
김형석 PD는 아직은 '더빙은 어색하니까 볼 것도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더빙 콘텐츠를 아예 보려는 시도를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느낀다며 "조금만 더 문을 열고 진심으로 느껴주시면 원작을 뛰어넘어 더 큰 재미와 교훈, 한국 정서에 맞는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더빙을 사랑해주시면 더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a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8월11일 16시38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