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 마지막 조각…쿠팡 노조 '쿠니언'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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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7 11:17 수정2025.06.17 11:17

‘네카라쿠배’ 마지막 조각… 쿠팡 노조 ‘쿠니언’ 출범

쿠팡그룹 노동조합 ‘쿠니언’이 발족했다. 쿠팡 물류센터 등 일부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이 있었지만, 쿠팡그룹 전체 본사를 겨냥한 통합적 노동조합이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노조 출범 배경에 쿠팡의 고속 성장 이면에 있던 성과 중심·초과 근로 기반 조직문화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가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쿠팡지회는 17일 성명문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미 노조를 설립한 가운데 이제는 쿠팡의 차례”라며 출범 배경을 밝혔다. 이어 “쿠팡의 모든 노동자가 '세상을 쿠팡하라'는 구호 아래 헌신한 결과 회사는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뤘다"면서도 “고객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지속된 직원들의 희생은 더 이상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노조 설립, 구조적 원인은

쿠팡 내 노조가 비교적 늦게 등장한 배경엔 쿠팡의 기업 문화와 조직 구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창업 초기부터 미국식 테크 기업 모델을 지향해왔고,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강력한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다. 성과와 속도를 최우선하는 조직 문화, 상시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포한 인사 시스템은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라는 장점과 동시에 장기 고용 안정성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포괄임금제, 성과급 기준의 비공개성, 낮은 연봉 인상률 등은 현장 직원들이 느끼는 대표적인 불만 사항으로 꼽힌다. 쿠팡지회는 이 같은 제도의 투명화와 공정성 확보, 고용 안정성 강화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쿠팡식 ‘고속 성장’ 이면의 압박

쿠팡은 2021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매출 기준으로는 한국 유통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속도와 효율’이 우선인 문화가 고강도 노동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조직의 일방적 인사나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유독 쿠팡만 노조가 늦게 출범한 이유에 대해선 “일반적인 IT 대기업과 달리 쿠팡은 유통·물류·IT가 혼재된 구조이고, 본사와 계열사의 고용 형태가 다층적으로 분산돼 있어 노조 결성이 구조적으로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쿠니언 출범은 본사 및 전 계열사를 포괄하는 '범쿠팡 노조'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노조 출범은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IT기업군 중 쿠팡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노조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이미 다양한 플랫폼·게임 기업에 노조를 두고 있으며, 이번 쿠팡 합류로 IT 업계 주요 플레이어 대부분이 노동조합 체제를 갖추게 됐다.

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 △성과급 및 인센티브 기준의 투명한 공개 △고과 강제 할당제 폐지 △고용 안정 등을 핵심 요구로 내세울 예정이다. 쿠니언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쿠팡지회 소속으로, 서울 선릉역 인근에서 선전전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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