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30〉 AI를 넘어 AX로, 생존과 미래를 위한 선택(상)

6 days ago 5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성공의 열쇠는 '인공지능(AI) 도입'이 아닌 'AX(AI Transformation)', 즉 인공지능 전환에 있다. 수많은 기업이 AI 기술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확보하고도 낡은 마차에 연결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진정한 승자는 AI를 단편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전략과 문화, 데이터 흐름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총체적 혁신, 즉 AX를 감행하는 기업이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다가오는 시대에 생존을 넘어 시장의 지배자로 거듭나기 위한 길이다. 성공적인 AX는 명확한 리더십과 살아있는 데이터, 그리고 과감한 실행 전략 위에서만 가능하다.

AI의 시대, 그러나 그 이면은 그림자로 얼룩져 있다. 막대한 비용과 유능한 인재를 투입하고도, 대부분의 AI 프로젝트는 '파일럿 프로젝트의 무덤'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특정 부서의 업무 효율 소폭 개선이라는 미미한 성과에 만족하며 표류한다.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는 AI 프로젝트의 약 50%가 시제품(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다고도 분석한 바 있다.

이 모든 결과는 한 가지 근본적인 착각, 즉 AI라는 '기술'과 AX라는 '전환'을 동일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는 최신형 제트 엔진을 구매하고도 수십 년간 사용해 온 낡고 삐걱거리는 마차에 그대로 연결하려는 시도와 같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강력한 엔진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마차는 산산조각 나고 목적지에 도달하기는커녕 막대한 자원 낭비와 조직의 피로감만 남긴다. 진정한 변화는 엔진을 중심으로 새로운 자동차를 설계하고 도로 시스템과 교통 법규까지 혁신하는 총체적인 접근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AI와 AX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둘은 망치와 건축술의 차이만큼이나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지능적 행동(인지, 추론, 학습, 판단 등)을 모방하는 '기술' 그 자체다. 일례로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주어진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 예측하고 분류하는 기술이나 챗GPT와 같이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창조해내는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처럼 AI는 특정 업무를 압도적인 효율로 처리하는 '망치'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러나 망치만 있다고 해서 위대한 건축물이 저절로 지어지지 않는다.

AX는 AI라는 망치를 활용해 기업의 전략, 문화, 프로세스 등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과정'이자 '총체적 건축술'이다. 다시 말해, AI 기술을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내재화하여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자동화·지능화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부서에 AI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운용체계(OS)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AX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영국의 AI 신약 개발 기업 엑센시아와 최대 52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연구 협력을 체결하고 AI 플랫폼을 활용해 암 및 면역 질환 분야의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과거 수십 년간 축적된 논문, 특허, 임상 데이터 등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학습하여 약효는 뛰어나면서 부작용은 적은 분자 구조를 예측하고 생성한다. 이는 AI를 연구 보조 도구로 쓴 것을 넘어 신약 개발이라는 제약업의 핵심 프로세스 자체를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완전히 재건축한 것이다.

미국 최대 중고차 유통업체 카맥스는 '가격 책정'이라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AX로 혁신했다. 과거 딜러의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 대신 2600만건 이상의 자사 거래 데이터를 포함한 수억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해 고객이 2분 만에 자신의 차량에 대한 실시간 매입가를 제안받는 AI 가격 책정 엔진을 구축했다. 이는 AI를 일부 업무에 활용한 것이 아니라, 차량 매입 및 가격 책정이라는 비즈니스의 심장을 AI 엔진으로 교체하고 이를 통해 고객 경험과 수익성을 동시에 극대화한 전형적인 AX 사례다.

이들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AI라는 망치를 들고 이들처럼 위대한 건축물을 짓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 원칙은 무엇일까.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