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26〉AI 컴퓨팅 파워의 국가전략: AI 3대 강국을 향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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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세계는 지금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을 위한 연산 자원 경쟁이 치열하다. 초거대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갖춘 AI 컴퓨팅 파워가 필수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각각 수백조, 수천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AI 인프라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7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중국은 2030년까지 약 20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디지털 주권 강화 전략'을 통해 AI 반도체 산업과 인프라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도 AI 컴퓨팅 파워 확보가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0년까지 총 4조원 규모로 민관 합작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AI 산업의 가장 큰 난제인 연산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실제로 국내의 고성능 GPU 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보유한 수만 장과 비교해 매우 부족하며, 2023년 기준 약 2000장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이다. 특히 리벨리온은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해 국내 최초의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리벨리온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 칩렛(Chiplet) 아키텍처와 144GB HBM3E 메모리를 탑재한 이 칩은 초거대 언어모델(LLM) 같은 복잡한 연산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러한 사례는 민간 기술력과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 성공한 대표적인 민관 협력 모델이라 평가할 수 있다.

리벨리온 외에도 퓨리오사AI와 같은 국내 스타트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자체 개발한 '워보이(Warboy)' 칩으로 국제적인 AI 성능 평가 기준인 MLPerf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국내 AI 반도체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매우 고무적인 신호다.

AI 컴퓨팅 파워 확보를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눈에 띈다. 최근 대구, 광주, 강원, 천안, 포항 등 다수의 지자체가 국가 AI 컴퓨팅 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천안시는 뛰어난 교통 접근성과 다수의 산업단지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국가 AI 컴퓨팅 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최근 충청권 메가시티의 출범까지 더해져 전국적인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시 역시 포스텍과 한동대 등 우수한 대학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광주시는 AI 융합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산업 현장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강원도와 대구시는 각각 특화된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AI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들의 전략적 참여는 AI 국가 전략 성공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AI 시대의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관 협력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까지 고려한 포괄적 전략이 필요한 때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가 단순히 서버 팜을 넘어, 국산 기술을 실증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협력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민과 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진정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기술 선도국으로서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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