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입사를 포기하고 창업했는데 이젠 엔비디아가 먼저 협업을 제안하네요.”
자율주행·로봇용 센서 및 3차원(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빌테크의 김재승 대표(38)는 4일 인터뷰에서 “창업 당시 불확실성이 컸지만, 우리만의 원천 기술과 초기 시장 선점 타이밍을 믿은 덕분”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안정적인 대기업 진로를 내려놓고 무모한 도전을 택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테크 기업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낼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박사학위도 포기 … “타이밍 더 중요”
모빌테크는 라이다(LiDAR)와 카메라 등에서 수집한 시·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인 ‘레플리카 시티’를 통해 실제 도시 모습을 3D로 재현해낼 수 있다.
김 대표의 창업은 학창 시절 경험에서 출발했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1학년이던 2007년 주차장·주유소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개발해 수익을 낸 것. 그는 “코딩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로 승부해보자’는 결기로 이어졌다. 대학원에 입학해서도 드론과 3D 인식 기술을 연구하며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 핵심 역량을 쌓았다.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삼성전자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졸업 후 입사도 확정했지만 김 대표는 이를 모두 포기하고 2017년 창업을 선택했다. 지원금 반환 부담까지 감수한 결정이었다. 김 대표는 “해마다 빠르게 변하는 라이다 시장에서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건 없었다”면서 “어차피 창업할 거라면 당장 시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기술력은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업력이 짧은데다 제품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해 고객사들이 쉽게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다. 첫 제품 출시 이후 약 1년 반 동안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일부 창업 멤버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고객사 예산 구조를 잘 몰라 구매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며 “배고픈 시간을 버티며 회사가 더 단단해졌다”고 회상했다.
◇현대차·엔비디아 등과 잇단 협력
대기업의 상생 협력이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창업 초 현대자동차와 네이버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아 기반을 다졌다. 라이다 기반 센서 기술과 이를 학습·검증하는 시뮬레이션 환경을 동시 제공하는 사업 모델도 이때 구체화됐다. 2018년 서울모터쇼에서 3D 스캐닝 시스템 ‘레플리카 시리즈’를 선보인 뒤 현대로템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이를 계기로 국방과학연구소(ADD) 무인 전차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첫 억대 매출(8억원)을 올렸다.
글로벌 기업과 인연도 이어졌다. 2023년 참가한 미국 CES에서 엔비디아 시뮬레이션 담당 임원이 모빌테크 부스를 방문하면서 첫 해외 수출이 성사됐다. 모빌테크는 엔비디아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단독 협력사로 자리 잡았고, 2025년 CES에선 공동 전시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현대차와 엔비디아 기술을 모두 이해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양사 간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20억원으로, 센서 사업이 6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부문에서 발생한다. 고객도 자율주행을 넘어 물류, 로봇, 방위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과 로봇 산업의 핵심을 ‘정확한 인식’과 ‘시뮬레이션’으로 본다. 그는 “3차원 공간 데이터와 디지털 트윈은 모든 산업에서 쓰이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며 “모빌테크도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화성=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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