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배구 女帝의 '라스트 댄스'…챔프전 우승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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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흥국생명·윗줄 가운데)이 20일 정규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GS칼텍스 선수단이 마련한 은퇴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김연경(흥국생명·윗줄 가운데)이 20일 정규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GS칼텍스 선수단이 마련한 은퇴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한 달여간 전국 배구장에 매 경기 구름 관중이 몰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떠나 오직 한 사람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상대 팀 감독과 선수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그의 마지막 길을 축하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37·흥국생명)이기에 가능했던 ‘은퇴 투어’가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열기 속 막을 내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김연경이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최종전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로 마지막 정규리그 일정을 마무리했다. 3400석이 매진된 이날 경기는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된 은퇴 투어의 마지막 경기였다.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휴식 차원에서 결장했다.

◇여제(女帝)의 은퇴 투어

김연경, 배구 女帝의 '라스트 댄스'…챔프전 우승만 남아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된다.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그는 데뷔 첫해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끈 뒤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었다. 김연경은 이후 세 시즌 동안 통합 우승 한 번을 포함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차례 더 우승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2009년부터 일본, 튀르키예, 중국 리그 등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김연경에겐 ‘월드 스타’라는 타이틀도 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2012년 유럽챔피언스리그 MVP에 올랐고, 2016년엔 유럽챔피언스리그 베스트 아웃사이드 스파이커 등을 수상했다. 한때 남녀 배구 선수를 통틀어 세계 최고 연봉(세전 20억원)을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고는 2012 런던올림픽(4위) MVP에 올랐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5위)과 2020 도쿄올림픽(4위)에서도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2022년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완전히 복귀한 뒤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며 국내 리그 흥행을 이끌었다.

김연경이 지난달 13일 은퇴를 선언하자 배구계 전체가 하나로 뭉쳤다. 프로배구 여자부 7개 구단이 릴레이 은퇴 기념식을 열어주기로 합의하면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시작된 은퇴 투어와 비슷한 방식이다. 상대 팀 팬조차 박수를 보낼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쌓은 선수만 누릴 수 있는 행사로, 국내 프로배구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4대 프로 스포츠에서 프로야구의 이승엽(현 두산 감독)과 이대호(전 롯데)만 은퇴 투어를 했다.

이날 GS칼텍스전이 은퇴 투어의 마지막이었다. GS칼텍스도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경기 종료 후 김연경의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에 선수들의 사인을 담은 액자를 전달한 뒤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은퇴 행사에 모든 구단이 한마음으로 협조할 만큼 대단한 선수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끝나지 않은 ‘라스트 댄스’

김연경의 은퇴 후 행보에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은 상태다. 지도자, 행정가, 방송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김연경은 “기회가 온다면 여러 가지를 잘 생각해 그때 결정하면 될 것 같다”며 “급하게 정해서 하고 싶지는 않고, 뭐든지 차분하게 잘 생각해서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이 남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우승의 한(恨)을 풀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는 복귀 후 최근 두 시즌 모두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지만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김연경의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무려 16년 전의 일이다.

그는 “복귀하고 나서 우승이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며 “이번이 마지막인 만큼 통합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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