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찐윤은 영남·강원 의원 20~30명”
“언더 협조 없이는 원내대표도 꿈 못꿔”
‘투명인간’ 국힘… 뭘 해도 주목 못 받아
윤핵관-물밑 찐윤 청산이 혁신의 기준
갈등을 겪다 탈당한 의원의 말이니, 감정과 과장이 섞였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며칠 뒤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이 “김상욱 의원 말이 맞다”고 동의하고 나섰길래 이들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김 전 의원에게 따로 물어보니 “윤 대통령의 술친구 하던 의원도 여기에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들 협조 없이는 원내대표 같은 핵심 당직을 맡는 게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대단한 결사체를 말하는 게 아니다. 권성동 이철규 윤상현 나경원 등 전면에 서는 친윤 의원 말고, 늘 말없이 무리를 이루던 의원들을 카리킨 것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변화를 거부하고 이익을 챙긴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두 사람의 공개 발언 이후 당에서 언더 찐윤을 거론하는 의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당내 인사에게서 “당내에선 이들과 내놓고 싸우는 게 부담스러워 입을 안 여는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다른 의원은 “이들 찐윤은 두려움 때문에 더 뭉치고 있다. 제대로 된 리더가 등장하는 걸 막고 싶을 거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당에는 묘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국민의힘이 건강함을 잃은 것은 소장파 정치의 실종과 궤를 같이한다. 1990년대 홍준표 김문수, 2000년대 오세훈 원희룡 남경필처럼 때때로 당에 반기를 든 초재선 그룹들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윤석열 체제에서도 초재선의 집단행동이 있었지만, 목표는 친윤 이익 챙기기였다. 비상계엄 이후로 좁혀 보면 더 선명하다. 계엄 해제 표결에 집단 불참했고, 탄핵에 찬성했다며 한동훈을 내몰았고, 한덕수 대선 후보 옹립을 위해 연판장 돌렸고, 김용태의 ‘탄핵 반대 당론의 백지화’를 흐지부지시켰다.
이제 국민의힘이 버틸 곳은 민심밖에 없다. 그 민심은 신뢰할 만한 스피커를 앞세우고, 똑떨어지는 논리로 정부와 여당을 비판할 때 힘을 얻는다. 민주당이 대통령실 특활비를 여당이 됐다면서 전액 살려낸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안면몰수 행위였다. 국민의힘은 비판하긴 했는데, 민주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용산 정무수석만 나서 잘못을 인정했을 뿐이다. 놀라운 점은 국민 여론이 국민의힘의 비판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야당이 투명인간 취급 받는다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민의힘에는 안철수 혁신위가 출범했다. 계엄과 대통령을 감싸고돈 것을 자기 언어로 반성하는 것이 제1 과제일 것이다. 지금은 사과하고 대선 백서를 낸다고 해서 큰 감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결국 친윤 핵심에 대한 인적 청산만이 국민들에게 변화의 간절함을 전달할 방법이다. 다른 어떤 혁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 청산의 방식으론 책임자 2선 후퇴에서 3년 뒤 총선 불출마, 당장 의원직 사퇴까지 여러 선택이 있다. 인위적 청산이건, 당사자의 자기희생이건 그건 나중 문제다. “종양과 고름을 짜내겠다”던 안 위원장 말은 이런 걸 가리켰을 것이다. 윤핵관이나 친윤 영남 중진의 퇴장만 떠올릴 일이 아니다. 김상욱, 김성태 두 사람이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 ‘똘똘 뭉친 무명의 국회의원 결사체’를 주도했던 이들도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안철수의 혁신카드를 ‘언더 찐윤’과 유대가 깊고, 이들의 후원 속에 당선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받아들이겠느냐는 점이다. 안 위원장의 혁신 싸움이 어려운 이유다.당 내부에선 ‘바깥의 힘’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특검 수사, 특히 16개 사건을 다루는 김건희 특검 수사를 말한다.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 부부에 선을 댔던 ‘언더 인물’들이 등장한다면 철옹성 같던 찐윤 연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보수 본당인 국민의힘으로선 서글픈 상황이다.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을 능력을 잃은 정당은 존재 이유가 있나. 또 “독재 정치”라며 비판하던 3개 특검법이 자당 환부를 도려내주길 기대하는 정치는 또 뭔가. 국민의힘은 넘어져 있다. 일어서는 과정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진통이 커지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그 핵심에서 언더 찐윤과의 싸움이 빠질 수 없다.
김승련 논설실장 srkim@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