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과'서 킬러 '투우' 역…"원테이크 액션 17번 찍기도"
"이혜영 경외심 드는 선배…'저런 사람이 배우구나'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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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어미에게서 버림받고 야산에서 홀로 살아남은 늑대를 상상하며 연기했습니다. 저는 확실히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딘가 꼬여 있고 '쟤는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요."
민규동 감독의 영화 '파과'에서 주연한 배우 김성철은 28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구병모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뼈대로 한 이 작품은 60대 여자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그를 쫓는 젊은 남자 킬러 투우(김성철)의 대결을 그린 액션물이다. 투우는 처음엔 단순히 전설적인 인물을 꺾고자 하는 욕망으로 조각에게 접근한 것처럼 보이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덕분에 관객은 투우가 조각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궁금증을 놓을 수 없다.
"단순히 '저 캐릭터는 뭐야?'가 아니고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이유로 저러는 걸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해야 했어요. 투우가 조각을 만났을 때의 눈빛과 말투, 행동이 어때야 하는지 세심하게 표현해야 했지요. 둘의 미묘한 에너지가 부딪치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감정선을 쌓아가는) '빌드업'의 기둥이 아주 좋은 품질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영화의 마지막 3분을 위해 2시간 내내 관객을 속여야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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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든든한 대선배 이혜영 덕에 투우 역을 잘 해낼 수 있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성철은 "이혜영 선생님은 저에게 우리나라의 보물 같은, 경외심이 들게 하는 선배셨다"며 "투우와 조각 같은 관계로 한 작품에서 만날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파과'로 꽤 깊고 길게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영화에 '세월의 무게'라는 대사가 있어요. 조각이 살인 후 집에 돌아와서 수기로 보고서를 정리하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 그 대사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지금까지 쌓아온 세월이 그 1분짜리 장면에 응축돼 있구나, 저런 사람이 배우구나' 느꼈습니다."
김성철과 이혜영은 감정 연기뿐만 아니라 액션 장면에서도 끊임없이 부딪치며 동지애를 쌓았다. 조각과 투우가 처음 만나는 신과 마지막 신은 모두 액션 장면이다.
이혜영이 여윈 몸으로 사생결단 액션을 보여준다면 김성철은 혈기로 펄펄 뛰는 황소 같은 액션을 선보인다. 김성철은 대역을 한 차례도 쓰지 않고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그는 "평소에도 (운동 같은) 몸 쓰는 일을 좋아해서 액션물을 꼭 하고 싶었다"면서 "이 작품을 준비하며 액션 스쿨에 다녔는데, 몇 번 안 갔는데도 '인제 그만 나와도 된다' 소리를 들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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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리 보여준 액션 영상과는 달리 민 감독이 원 테이크(편집 없이 한 장면을 쭉 촬영하는 것)를 제안하는 바람에 같은 장면을 무려 17번 찍기도 했다. 투우는 첫 등장 신에서 남자 너댓명을 10초 안에 제압한다.
그는 "다른 것보다 상대가 다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다"면서도 "강한 임팩트를 보여줘 가장 뿌듯한 장면"이라고 했다.
김성철과 이혜영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 덕에 '파과'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세계 평단의 호평을 끌어냈다.
김성철이 작품의 흥행을 걱정하면 동료 배우들이 "그래도 베를린에 갔다 왔지 않느냐"라며 농담하기도 한다고 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파과'는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와 마블 스튜디오 신작 '썬더볼츠*'와 경쟁한다.
김성철은 "'파과'는 익숙한 듯하지만 신선한 작품"이라며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시도하기 어려운 60대 여성 킬러라는 신선한 주인공을 내세운 데다 재미까지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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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28일 18시5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