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 "향수병 겪었던 과거와 달라…美무대, 다시 한번 도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간판스타 김비오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오는 12일 미국 테네시주 프랭클린의 밴더빌트레전드CC에서 열리는 미국 콘페리투어(PGA 2부) 파이널 1차전에 출전한다. 성적에 따라 내년 풀시드까지 노릴 기회. 35세에 다시 한번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김비오는 1일 “투어 랭킹 147위인데 과분한 응원을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비오는 KPGA투어 데뷔 16년차, 9승을 올린 인기 스타다. 미국 도전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지난달 KPGA투어에 배당된 콘페리투어 쿼터를 받은 송민혁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면서 김비오에게 기회가 왔다. KPGA투어가 7월부터 두 달간 대회가 없어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때였다. 김비오는 “7월 한 달간 훈련한 것을 점검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삼아 미국으로 갔다”고 했다.

그런데 김비오가 ‘사고’를 쳤다. 유타챔피언십에서 공동 22위에 올라 다음 대회인 피너클뱅크챔피언십 출전권을 얻었다. 이 대회에서 28위를 하면서 이어진 앨버트슨스보이시오픈에까지 나섰다. 1주일로 예정한 여행은 의도치 않게 3주로 늘어났고, 미국에서 이동한 거리가 약 3000㎞에 달했다. 세 번의 대회를 통해 김비오는 투어 랭킹이 147위로 올라갔고, 상위 156위까지 출전하는 파이널 1차전 자격을 따냈다.

김비오는 2011년과 2012년 PGA투어와 콘페리투어에서 활동했다. 당시 홀로 투어를 뛰며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렸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를 거치며 한번 더 미국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코치, 매니저, 트레이너 등 네 명이 한 팀을 이뤄 움직이면서 대회 자체를 즐길 수 있었고, 3000㎞를 이동하는 피로도 즐거운 여행 같았다”며 미소 지었다.

올 시즌부터 김비오는 SNS로 팬들에게 갤러리 티켓을 선물해 대회장으로 초대하고, 대회 현장에서 다른 선수들의 짧은 인터뷰를 올리며 남자골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콘페리투어 출전 기간에는 현장에서 김성현, 이승택 프로와의 인터뷰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3000㎞를 이동하는 과정을 공유해 ‘골프 로드무비’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김비오는 “지난해 짧은 번아웃을 겪고 겨울에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겸해 가족과 휴식기를 보냈는데, 그간 골프선수로서 팬들에게 받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작은 노력으로 골프팬들이 KPGA투어에 더 관심을 가져주고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면 감사한 일”이라며 “그 덕분에 매주 저를 찾아와주는 팬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비오의 꿈은 ‘압도적인 기량을 갖춘 골프 엔터테이너’다. “골프선수는 스포츠맨이면서도 엔터테이너라는 사실을 16년차에야 깨닫고 있어요. 브라이슨 디섐보처럼 필드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고 팬들에게 적극 다가가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