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의 문화산책]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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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여름, S씨는 출근길에 ‘황산 테러’를 당해 얼굴을 비롯한 온몸의 4분의 1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범인은 밀린 임금을 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한 전 직장 대표와 하수인이었다. 유망 벤처기업가로 세간에 알려진 두 얼굴의 범인은, 4000만원의 배상금 대신 앙심의 독극물을 끼얹어 스물일곱의 젊음을 까맣게 태워버렸다. 내가 S씨를 만났을 때 사건의 주범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동안 10여 차례 대수술을 받은 S씨는, 살아남았다. 단순히 생존을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새 삶을 시작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면서 도움을 받았던 상담 심리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범죄 심리학 대학원에서 과학 수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대수술과 끔찍한 기억을 딛고 살아남은 S씨의 의지가 놀라운 한편, 그녀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일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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