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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칼럼]‘아침 이슬’에서 ‘다·만·세’로 바뀌었는데…

1 month ago 5

‘떼창’은 유대감 유발-강력한 메시지 전달
시위 노래는 민주화 이후 ‘국력’인 K팝으로
대한민국 세계 이끄는데 정치만 뒷걸음질
갈라치기-발목잡기하는 정치 개혁 절박해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감성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인데, 그중 소리 예술인 음악은 가장 원초적인 듯싶다. 리듬은 심장박동이나 호흡과 본능적으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태초의 원시인들도 박수 등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나타냈을 것이다. 여러 형태의 음악 중에서 직접 목소리로 전달되는 노래는 특히 친근해서 어머니의 자장가는 칭얼대는 아기를 잠재운다. 민요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대중가요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여럿이 어울려 부르는 노래는 독창의 경우와 또 다르다. 아름다운 화음은 예술적 감동을 주지만, 합창 단원들은 유대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공유한다. 군가(軍歌)는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군인들의 애국심과 전우애를 키운다. 일반인들도 함께 노래하면 그 집단에 커다란 공동체 의식이 유발되며, 아울러 안팎으로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시위와 집회 현장에서 떼창하는 이유이며, 이는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아침 이슬’은 가사에 있는 그대로 ‘진주보다 더 고운∼’ 노래다. 지극히 서정적이다. 작곡자 김민기 씨가 직접 부른 ‘아침 이슬’은 조용히 혼자 듣기에 정말 좋다. 이 노래를 맑은 목소리로 크게 대중화시킨 가수 양희은 씨의 회고가 흥미롭다. 즉, “민주화 운동이 뜨거웠던 어느 날, 우연히 시위 대열에 섞여 있다 빠져나왔을 때 ‘아침 이슬’이 들려왔다. 시위대는 떼창을 하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했다. 내가 서정에 겨워 부르던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더 이상 내가 부르던 그 노래가 아니었다.” 그렇다. ‘아침 이슬’은 저항의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수많은 젊은이들은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를 거리에서 떼창하며 서로를 다지고 격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이 불리는 또 다른 떼창은 ‘임을 위한 행진곡’일 것이다. 이 노래는 노동자 시위에서 저항과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데,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강력한 투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침 이슬’과는 전혀 다르게 처음부터 저항과 투쟁을 목적으로 만든 노래이기에, 국가 행사에서 제창 여부를 두고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2017년부터 5·18민주화운동 추념식에서 공식 제창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년 연속 여기에 참여해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어떤 사회에서도 집단적 시위는 불만과 갈등의 결과로 발생하는 일이다. 우리의 민주화처럼 시위와 저항을 통해 사회적 진보를 이룬 역사적 사례는 물론 많다. 그러나 구성원 간의 이해 관계가 대립하는 이슈라면, 집단 행동은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어느 경우라도 과격한 시위보다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K팝 가수의 콘서트장 떼창은 물론 좋고 흥겨운 일이지만, 시위대가 부르는 떼창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떼창이 다시 등장했다. 얼토당토않은 계엄에 젊은이들은 ‘다·만·세’ 즉, ‘다시 만난 세계’를 떼창하며 시위에 나섰다. ‘다·만·세’는 K팝의 원조인 걸그룹 소녀시대가 부른 노래인데,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까지도 정확히 맞추는 소위 칼군무를 선보인 기념비적 작품이다. 가사는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저 흰 구름들처럼 나도 웃을 수 있게∼’라며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의 시위는 이렇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누는 축제가 되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시위는 결국 반복되는 슬픔이다.

지난가을,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전 일본 도쿄외국어대 교수는 그의 역저 ‘K팝 원론’에서 21세기 인류가 향유하는 새로운 예술이 K팝이라고 평가했다. K팝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서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는 열린 예술이다. BTS의 ‘피 땀 눈물’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10억 뷰에 이르렀다. 자랑스러운 우리 국력(國力)이며 국격(國格)이다. 국민을 갈라치기 하며 서로 발목 잡는 정치만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를 이끌고 있지 않을까? 우리들 세상은 ‘아침 이슬’에서 ‘다·만·세’로 바뀌었고,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 문명 대변혁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대한민국 정치는 뒷걸음질이다. 이제는 정치판을 새롭게 꾸며야 한다. 절박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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