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44] 벽에 ‘명함’을 걸어두는 남자들

4 weeks ago 17
렌치와 드라이버, 망치 등 공구를 걸어 정리한 페그보드. 실용적인 수납 도구인 동시에 주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드러난다. /핀터레스트

여행 중 저지른 가장 엉뚱한 충동 구매는 10여 년 전 도쿄 나카메구로역 건너편 후미진 골목에서 산 페그보드다. 나무판에 규칙적으로 구멍을 뚫은, 흔히 말하는 타공판이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샀지만, 관광객 입장에서 널따란 나무판은 갖고 다니기도, 갖고 돌아오기도 난감했다. 하지만 이사를 앞두고 있던 그때, 인테리어 숍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페그보드를 마주하며 미술관의 어느 작품 앞에서 느낄 법한 전율을 경험했다. 이 충동은 남자의 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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