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비서가 디지털 세상의 노동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TDX 2025’에 연사로 등장한 애덤 에번스 세일즈포스 AI 담당 부사장은 자신만만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모두 개발자니까 직접 보여주는 게 확실하겠죠?” 그러고는 “어떤 고객과 어떤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지 정리해줘”라고 명령하자 일정과 함께 업무용 툴 슬랙에 연동된 새로운 AI 비서가 뚝딱 만들어졌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7000여 명의 각 기업 개발자가 일제히 환호로 화답했다.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시장 1위인 세일즈포스가 AI의 능동성을 대폭 강화한 ‘에이전트포스 2dx’를 공개했다. 명령어(프롬프트)를 구체적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CRM 시장에서 세일즈포스의 뒤를 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날 영업용 AI 비서를 출시하며 견제구를 던져, 갈수록 커지는 AI 비서 시장에서의 혈투를 예고했다.
◇AI 비서의 ‘능동성’ 대폭 강화
이날 공개된 에이전트포스 2dx는 직전 모델과 비교해 AI의 ‘능동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세일즈포스는 지난해 9월 영업·고객관리·마케팅 등 업무별 맞춤형 AI 비서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인 에이전트포스를 선보였다. 신형 플랫폼을 통해 구축한 AI 비서는 별다른 명령어 없이도 알아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사용해 맡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고 업무용으로 구축된 AI 비서는 재고가 일정량 이하로 떨어지면 알아서 최적의 가격에 상품을 주문하는 식이다.
이번 개편은 각 기업 개발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에이전트포스의 자연어 이해도를 끌어올렸고, 개발자들이 새 AI 비서를 정식 배포하기 전에 반복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가상 공간도 구축했다. 미국 최대 업무 협업 툴 중 하나인 슬랙과의 연동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슬랙에서의 대화나 자료를 AI 비서가 알아서 끌어올 수 있도록 했다.
◇MS도 맞불…CRM 경쟁 격화
MS는 세일즈포스의 TDX 개막날 새 영업용 AI 비서를 출시했다. 플랫폼 전체를 개편한 세일즈포스와 달리 MS는 코파일럿에서 구축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AI 비서 중 영업에 특화된 비서를 추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콘퍼런스콜에서 MS를 겨냥해 “가짜 AI 비서를 주의해야 한다”며 “오픈AI의 재판매자”라고 날을 세운 데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용 AI 비서에 주력하는 세일즈포스와 달리 MS는 기업과 개인 AI 비서 시장을 모두 공략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보다 점유율이 낮지만, MS는 다양한 제품군과 윈도 생태계를 활용해 AI 비서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CRM 시장 점유율은 세일즈포스와 MS가 각각 21.7%, 5.9%다. 두 회사가 앞다퉈 기업 간 거래(B2B) AI 플랫폼을 강화하고 나서는 건 가파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AI 비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지난해 51억달러이던 시장 규모는 2030년 471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