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가치[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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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이야기를 들어줄게. 내가.”―후지노 도모아키 ‘어떻게 해야 했을까?’‘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이 조현병에 걸린 누나 마사코와 딸을 병원에 보내는 대신에 20여 년간 집에서 돌본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스물에 갑자기 조현병 증상을 보인 누나. 하지만 부모님은 병원을 다녀온 후 “마사코는 100% 정상”이라며 자가 치료를 시작한다. 결국 집에 감금당하다시피 살던 누나의 증상은 악화되고, 누나를 돌보던 부모님도 망가져 간다. 그렇게 25년이 지나고 허망한 사건이 벌어진다. 치매에 걸린 부인까지 이중돌봄에 지친 아버지의 결정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된 누나가 처방받은 약으로 단 몇 달 만에 상태가 호전된 것이다. 긴 세월을 저당 잡힌 마사코의 보상받을 수 없는 인생과, 정신질환에 대한 당대의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 딸을 집에서 돌보느라 자신들의 삶도 망가진 부모님의 인생. 도모아키의 카메라는 그 삶을 낱낱이 담아낸다. 말이 통하지 않는 누나지만 도모아키는 끝없이 질문한다. “누나 이야기를 들어줄게. 내가.” 그건 마치 다큐멘터리의 본질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기록하려는 몸부림이라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그 긴 세월 동안의 지극히 사적인 가족의 기록은 그래서 이 사안에 공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적 돌봄이 없는 사회에서 모든 부담을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건 과연 당연한가. 어머니도, 누나도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제 아버지와 둘이 남게 된 감독이 이 20년간의 기록을 영화로 내놓겠다고 했을 때, 그것이 자신의 치부가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가 그러라고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는 가족이 겪은 아픈 실패의 기록이 이제 세상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모습처럼 보인다. 다큐멘터리가 가진 기록의 가치는 이처럼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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