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 및 이탈리아 정상외교, 그리고 체코와의 후속 경제협력을 통해 유럽과의 연대가 우리 산업 미래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확인했다. 시장과 제도를 연결하고 서로의 강점을 융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능력이 미래 산업의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유럽 순방은 양측의 파트너십이 ‘경쟁력(Competitiveness)’, ‘연결성(Connectivity)’, ‘융합(Convergence)’의 3대 축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첫 번째 축은 경쟁력 강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통상·산업정책, 공급망·핵심광물 협력을 포괄하는 ‘한-EU 경쟁력 파트너십’ 출범에 합의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함께 성장할 새로운 협력 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업 현장에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오라폴, 콴델라,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 등 유럽 기업이 반도체, 양자기술, 첨단소재 분야에서 한국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한국 기업도 폴란드·헝가리 배터리 생산기지, 체코 자동차 생산공장 및 신규 원전을 추진하며 유럽 미래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둘째는 제도와 시장을 잇는 연결성이다. 이번에 서명한 한-EU 디지털통상협정은 데이터와 디지털 서비스 이동을 촉진하며 양측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EU의 새로운 철강 조치 협상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뤄 우리 업계가 다른 나라 대비 우호적인 대우를 받을 기반을 다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우리 기업이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초감가상각제도 폐지가 관철됐다.
나아가 체코와는 원전을 넘어 방위산업, 로봇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며 중동부 유럽 시장 진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과 유럽이 통상·투자·산업협력을 바탕으로 더욱 촘촘한 연결망을 구축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는 융합이다. 혁신은 서로 다른 강점이 만날 때 탄생한다. 한국은 세계적 제조 역량과 빠른 상용화 능력을 자랑하며, 유럽은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기초과학과 디자인, 창의성의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 ‘포니’가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에서 탄생한 것은 융합의 상징적 사례다. 한국의 도전정신과 유럽의 창의성이 만나 자동차산업의 새 길을 열었듯이 오늘날 AI 시대엔 이 융합의 파급력이 훨씬 클 것이다. 우리의 첨단 제조 인프라와 유럽의 과학기술, 디자인, 산업 네트워크가 결합한다면 AI 반도체, 미래차, 배터리, 로봇, 청정에너지 등에서 세계를 선도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가 이질적인 지식과 기술의 융합에서 탄생했듯이 오늘날 AI 혁명 역시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융합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AI가 이끄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은 바로 경쟁력, 연결성, 융합이다. 한국과 유럽이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나아간다면 새로운 성장의 항로를 열 수 있다. 이번 정상외교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여정이었다. 이제 그 항로를 함께 개척해 나갈 차례다.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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