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가지수 5000과 자사주 의무소각

1 week ago 3

[기고] 주가지수 5000과 자사주 의무소각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약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코스피지수는 2600에서 3200 안팎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코스피지수 5000 달성을 목표로 한 자본시장 정책공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책공약에는 대표적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과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하는 내용 등이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공포를 앞두고 있으며, 자사주 의무소각은 법안이 발의됐다.

여당이 추진 중인 자본시장 제도 개선 방안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의미하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 상장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와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과연 이 기세가 주가지수 5000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일정 수준의 실질 가치에 부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9일 상장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는 주주가치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문제점이 있다.

개정안은 자사주가 실무상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자사주는 스톡옵션 행사 때 부여한다든지, 합병 등 구조조정 때 상대 회사의 주주에게 신주 대신 부여한다든지, 아니면 회사가 자금이 필요할 때 처분해 자금을 조달한다든지 등 경영상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금고주 형태로 보유하다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자사주를 처분할 때 주주 이익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신주 발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자사주를 취득 사유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하는 것은 현행 상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회사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해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자사주는 소각할 때 자본금 감소 절차, 즉 감자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감자는 회사 채권자 책임재산의 감소를 불러오므로 상법상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배당가능이익과 관계없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은 이런 상법상 규제와의 정합성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주가지수 5000 시대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업 성장 없이 주가지수 5000은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업에 명확한 행동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진취적이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만이 지속적인 성장과 주가지수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