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관학교 통폐합, 숙의 없는 속도전은 금물이다

6 days ago 10

정부가 추진 중인 사관학교 통폐합 논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무겁다. 사관학교는 국가 안보의 미래를 담보할 ‘장교단’의 요람이자 군의 정체성과 조직문화를 배양하는 성소(聖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심 인재 양성 체계를 재편하는 일은 예산 절감이나 행정적 효율성을 넘어, 미래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국방 역량을 설계하는 고도의 전략적 결정이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 과정은 국가적 수준의 숙의 절차와 정교한 로드맵이 결여돼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20여 년 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과정을 보자. 사법시험 체제에서 미국식 전문대학원 체제로의 전환은 대한민국 법치 체계의 구조적 변혁이었다. 당시 법조계와 학계의 격렬한 논쟁에도 이 제도가 안착한 이유는 결론의 타당성 이전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년간 전문위원회와 자문기구를 통해 국내외 사례를 심층 분석했고, 수차례 공청회와 세미나를 거쳐 합의의 기반을 닦았다. 법안은 국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쳤고, 실제 시행은 다음 정부로 넘겨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했다. 국가적 제도 개혁은 이렇게 속도보다 방향이, 효율보다 숙의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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