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에너지 대응, 한단지보(邯鄲之步) 교훈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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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랩솔레미스 이사(前 경기탄소중립지원센터장)최승철 랩솔레미스 이사(前 경기탄소중립지원센터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의 출발은 과거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는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이전과 다름을 엿볼 수 있는 행보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한다. 특히 기후와 에너지 분야, 정부 조직 개편 공약은 지난 3년간 역주행하던 기후 에너지 정책을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전 세계는 중국 광동성 심천시를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심천에선 위쳇과 텐센트가 SNS를 넘어 핀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화웨이와 드론기업 DJI, 전기자동차 업체 BYD는 IT를 기반으로 차세대 녹색산업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또한, 3년이 넘은 러-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재등장으로 기후 에너지 분야의 불확실성이 악화하면서, 국제사회는 중국의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탄소중립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과 교통수단, AI, 그리고 녹색금융을 중심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이제 중국은 태양광·풍력 발전설비와 발전량은 물론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을 높여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도 국가마다, 지역마다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수요에 대한 성찰이 없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보급 확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전력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제도적 격차를 고려하지 않을 때, 바로 한단지보(邯鄲之步)의 우를 범하게 된다. 우리와 유사한 에너지 다소비형 국가인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석탄 화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석탄 화력을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기능으로 활용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가 전력공급만 보장된다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와 다르지 않다. 기후에너지부는 RE100, 탄소국경세, ESG 기업공시 등과 같은 국제경제적 압박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재생에너지공급 확대를 제시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사회경제적·물리적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미래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녹색 전환의 기반 마련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갈등과 분열의 시작이다. 따라서 국가와 리더는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의 본질을 파악해 복귀가 아닌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제시해야 한다. 조선시대 임금은 나라에 상서롭지 못한 징후가 발생하면 신하와 백성들로부터 구언(求言)을 청하였다. 이때 율곡은 문제의 본질은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구습을 버리지 못하는 임금에게 있다고 비판하면서 변화를 기초로 하는 실천을 강조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이미 글로벌 이슈가 되었고,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불균형의 고착화' '성장동력의 상실' ' 혁신을 위한 모멘텀 부재'와 같은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내부적 요인이 국민적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라는 신호를 제시했다.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 대응은 국제사회의 명분과 기업의 경쟁력보다 국민과 지역이 처한 현실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승철 랩솔레미스 이사(前 경기탄소중립지원센터장) angelpang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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