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여자축구 남북 매치, 교류 복원 시험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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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정치적 의미 부여보다 기회 포착하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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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시아축구연맹 여성축구의 날' 기념행사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8일 평양 릉라인민체육공원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성축구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0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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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은 피겨스케이팅을 포함한 5개 종목에 선수 22명을 파견했다. 남북은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은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 북한의 참가로 평창올림픽은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남북이 서로 오가는 스포츠 교류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하노이 노딜' 이후 상황이 급변해 북한은 남북 교류 단절 조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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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평창=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다. 20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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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을 한 달 앞둔 6월 광주시의회는 "북한선수단이 참가할 경우 평창동계올림픽처럼 대회 성공은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의 참가비용과 중계권료 등 부담 의사까지 보이며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한은 끝내 참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창올림픽 이후 8년가량 남북 스포츠 교류 '암흑기'를 끝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여자축구 WK리그 수원FC 위민과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경기도 수원에서 '남북 매치'로 치르게 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월 AFC에 이번 대회 준결승과 결승전 개최 의향서를 제출했다. 규정상 해당 협회 소속 클럽이 준결승에 진출해야만 개최 자격이 유지되는데,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축구단이 8강전에서 각각 준결승 티켓을 따내 5월 20일 결승 진출을 위한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북한 선수단이 남한을 방문해 준결승전을 치를 지에 대해 아직 북한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성사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과 북의 한 팀이라도 준결승전에 오르지 못했을 경우는 남북 매치가 불가능한 구조였기에 '운명적 만남'으로 볼 수 있다.

남북 관계의 단절 국면에서 교류 복원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점점 대남 장벽을 쌓아가는 동시에 대화나 접촉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김정은, 'U-17 여자 월드컵 우승' 선수들과 사진 촬영

김정은, 'U-17 여자 월드컵 우승' 선수들과 사진 촬영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 헌법절 기념행사와 신년 경축행사 초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2025년 'U-17 여자 월드컵 우승' 선수 감독과 사진촬영하는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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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여자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내면서 16년 만에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북한 내 여자 축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상태다. 북한 당국이 안팎에 여자 축구의 성과를 과시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남북 매치 성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평양국제마라톤대회'를 이달 초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국제정세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가 정치적 영향이 적은 분야이긴 하지만 정세와 무관할 수는 없다.

여자축구 남북 매치를 평화 모색의 기회로 살리기 위해서는 지나친 정파적 해석으로 갈등을 키우는 대신 차분한 대응과 스포츠 정신에 충실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과 대한축구협회는 북한 선수들이 방문해 경기를 치를 것에 대비해 안전 관리 조치는 물론 경기장 시설 점검 등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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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07일 07시0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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