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기준 명확화·인간 존엄성 고려한 제도 정비 나서야
이미지 확대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0년 5월 프로축구 K리그가 개막했지만 무관중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자 FC서울은 빈 관중석에 '리얼 마네킹'을 동원했다가 성인용품인 리얼돌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휑한 관중석을 채우려는 의도였다지만, 여성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일부 포함돼 있었고 TV중계와 사진을 통해 현장 모습이 그대로 전해지며 여성 팬들과 가족 단위의 팬들에게 모욕감을 줬다. 프로축구연맹은 FC서울에 제재금 1억원과 승점 9점 삭감 징계를 내렸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17일 2020 K리그1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리얼돌로 추정되는 인형들이 설치돼 있다. 2020.5.18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때 리얼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인들이 요금을 내면 일정 시간 리얼돌을 사용할 수 있는 업소가 '인형 체험방'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나기도 했다. 심지어 학교 주변까지 생겨나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 사회 문제를 일으켜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잊히는 듯했던 리얼돌이 법원 판결로 다시 이슈로 등장했다. 대법원이 지난달 초 사용 목적과 주체를 따지지 않고 리얼돌의 수입 통관을 일률적으로 보류한 세관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은밀한 사적 공간 외에서 사용된다면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법원이 리얼돌의 마구잡이 도입에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지만 조건부 수입의 문턱을 낮춘 셈이라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는 무분별한 리얼돌 수입·통관 방지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와 5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입법 검토 절차를 밟게 됐다.
청원인은 "인간의 신체를 정교하게 재현한 성적 대상물이 국내에 확산하고 있다"며 "리얼돌은 단순한 성인용품을 넘어 인격권 침해, 성적 대상화, 성착취 문화 확산 등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주장에 다수 국민이 공감한 것이다.
리얼돌 산업이 일찍 발달한 일본에서는 초고령화와 독신가구 급증 속에서 리얼돌이 성적 대상을 넘어 가족이나 반려자처럼 여겨지면서 '타인 기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유명 연예인이나 지인 얼굴을 본떠 만드는 '맞춤형 주문'이나 '리얼돌 매춘 대행'이 논란을 야기하자 규제가 강화됐다.
이미지 확대
[연합뉴스TV 제공]
AI(인공지능) 시대에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최근 확산하는 생성형 AI와 리얼돌의 결합이 이뤄질 경우 차원이 다른 문제가 생긴다. AI를 이용해 합성하거나 유사하게 만들어 실제와 구분이 어렵게 하는 '딥페이크'가 영상이나 사진상의 문제라면, AI를 장착한 리얼돌은 '대화하는 유사인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인 산업사회 특성과 개인의 자유 존중이라는 측면을 도외시하면서 배격만 한다고 근절된다는 보장도 없다. 정신건강을 해치는 마약도 수 세기 동안 퇴치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통용된다. 음성화로 인한 규제의 역설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리얼돌을 사적인 공간에서의 제한적 사용을 전제로 '필요악' 정도로 용인할 경우 독버섯처럼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는 시장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행 단속 근거도 '청소년보호 위반'이나 '무허가 영업행위' 등으로 미약하다.
사회적 문제는 심각성을 예상할 수 있을 때 선행적인 대처가 상책이다. 수입 기준 명확화와 AI 결합 규제 등은 물론 인간 존엄성과 성적 윤리까지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5월15일 06시06분 송고


![[포토] 만능 엔터테이너 로봇](https://img.hankyung.com/photo/202605/01.44294327.1.jpg)








![[사설] ‘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https://www.chosun.com/resizer/v2/4VXZD5TPHZJIXRV5YQ4T2ETGLQ.jpg?auth=67f6c152837c4859d2d377d7790c043d6ead2ef97e5bc8589c6f83789aa94a72&smart=true&width=720&height=532)

![[천자칼럼] 인간 이긴 로봇 마라토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