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퇴직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정경아의 퇴직생활백서]

6 hours ago 1

정경아 작가·전 대기업 임원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갈 계획이었다. 도서관은 퇴직한 내게 특별한 공간이었다. 온종일 책도 읽고 근처 산책로도 걸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불과 서너 달을 못 갔을 뿐인데 가는 길은 상당히 변해 있었다. 소박했던 분식집은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어 있었고, 정겨웠던 슈퍼마켓은 셔터를 내린 채 ‘임대 문의’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그새 이렇게 변했나 싶어 정신없이 바라보는 사이 산 중턱 도서관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발걸음도 가볍게 나지막한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 누군가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수수한 평상복 차림의 60대 남성이었다. 왠지 실망스러운 얼굴이랄까. 마주 오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 닫았어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어투였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고는 내가 더 물을 겨를도 없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을 닫았다면 도서관 문을 닫았다는 건데, 그럴 리가 없었다. 도서관 정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 몇 년째 다니고 있어 익히 알고 있었다. 내가 간 날은 수요일이니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날이 맞았다.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 여기며 나는 계속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아뿔싸. 도서관 정문은 정말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 위에는 ‘시설 공사로 인해 휴관합니다’라고 적힌 큼지막한 현수막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순간 맥이 탁 풀렸다. 모처럼 기대를 품고 나섰는데 헛수고를 한 꼴이 돼버렸다. 이 정도 규모의 공사라면 진작 알렸을 텐데, 미리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 컸음에도 애꿎은 볼멘소리가 나왔다. 사실 내가 속상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 하루쯤이야 어떻게든 보내면 그만이었다. 정작 마음에 걸린 점은 앞으로의 날들이었다. 나에게 도서관이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곳이었다. 인생길이 막혔다 싶을 때 수시로 찾아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금 나아갈 채비를 하는 자리였다. 그런 공간을 상당 기간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잠시 침울해졌다. 몸을 돌리자 내 뒤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내가 안내문을 보는 동안에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 역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물러난 다음 곧바로 유리 벽 쪽에 다가가 건물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어서 정문 옆에 있는 또 다른 이도 눈에 들어왔다. 그는 대놓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휴대전화로 열심히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