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문화부 차장 지난달 중국 옌볜(延邊·연변) 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용정)시에서 점심으로 먹은 ‘순이 랭면’은 색달랐다. 물냉면인데도 면은 검고 쫀득했고, 육수는 막국수처럼 새콤했다. 하지만 시원한 육수에 고명으로 편육과 오이 등을 올린 것을 비롯해, 직관적으로 ‘냉면이구나’ 싶었다. 냉면은 냉면이다. 연변냉면도, 면발에 식초를 쳐서 먹는다는 이북 평양의 옥류관 냉면도, 이남 젊은 식도락가들의 입맛까지 장악한 이런저런 계보의 ‘평냉’들도 모두 한민족의 냉면이다. 이민과 분단의 역사가 경계를 지으면서 맛에 작은 차이가 생겼다고 해도 그건 명확한 사실이다. 올해 봄 재개관한 옌지(延吉·연길)시 역사문화박물관은 냉면을 비롯한 조선족의 음식문화를 두고 “본 지방의 식재료와 현명한 풍속이 독특한 음식 구조를 형성했다. …가공 방식은 이민 역사와 전통문화의 영향을 받아…”라고 설명한다. 잘 뜯어보면 미묘한 점이 있다. 문상명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한반도 음식문화의 연속선이 아니라, 중국 이주 이후 현지에서 새롭게 형성된 지역문화로 배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이 박물관은 ‘조선족의 전통 복장’(한복)에 대해 “조선 이조 시기의 민간 복장을 많이 모방했는데, 오랜 시간 생산, 생활하면서 부단히 변천, 발전함에 따라 형성하고 정착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처럼 조선족 문화에 대해 중국 이주·정착 이후 형성된 측면에 무게를 싣고, 한반도와의 연속성은 축소하는 경향은 여러 전시관의 악기와 무용, 농경문화, 아리랑 등에 대한 설명에서 전반적으로 발견된다. 이런 서술은 근래 중국이 55개 소수민족에 대해 ‘중화민족의 일부’임을 강조하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은 안정기엔 소수민족을 우대했지만 정정(政情)이 불안할 때나 격변기엔 동화정책을 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을 처음 들고나온 게 윈난성 쿤밍시 기차역에서 칼부림 테러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등에서 연속 테러가 벌어졌던 2014년이다. 역사시대 내내 한족(漢族)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던 백두산을 최근 ‘중화민족의 성산(聖山)’으로 집중 조명하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벌이는 일로 보인다. 이런 역사 인식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수단이 관광이다. 백두산 초입엔 중국 왕조사의 일부로 인식되는 금나라의 900년 전 책봉 및 제사를 테마로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중국 당국은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
[광화문에서/조종엽]‘순이 랭면’도 옥류관 냉면도 ‘평냉’도 모두 한민족의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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