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올해 초 열린 ‘꿈수저청년장학기금 기부증서 수여식’ 현장. 5000만 원을 기부한 식품기업 ‘효종원’의 이원규 대표(56)가 소감 발표에 앞서 편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청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는 그의 말에 참석자들은 성공 비결이나 격려 메시지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에도 반성과 실패담이었다. “저는 세상을 참 많이 망치며 살아온 어른입니다. 빨리 가야 한다고 믿었고, 이겨야 산다고 배웠으며, 남보다 앞서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놓쳐 버린 사람도, 지켜주지 못한 약속도, 무심코 지나쳐 버린 귀한 마음들도 참 많습니다. … 잘 버텨낸 하루는 그것만으로 이미 내일의 일부가 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힘들었던 날 저에게 큰 힘이 되었듯, 여러분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청년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취업 문턱은 높고, 내 집 마련의 꿈은 멀다. 계획을 세우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해도 미래는 아득하기만 하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금전적 지원과 제도 개선은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다. 하지만 최근 만난 이 대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며, 나눔의 원형을 이렇게 짚었다 “과거에는 동네 어른들이 방황하는 청년들을 따뜻하게 다독이고 용돈을 쥐여주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들려주며 다음 세대의 삶을 응원한 것이죠. 이제는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역경과 실패의 경험도 나누면 어떨까 합니다. 청년들이 벼랑 끝에 섰을 때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찐 인생 매뉴얼’처럼 말입니다.” ‘경험 유산’은 가정 단위에서도 유의미하다. 미국 저널리스트 브루스 파일러는 저서 ‘가족을 고쳐드립니다(The Secrets of Happy Families)’에서 가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가 자녀의 회복탄력성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뼈아픈 어려움을 극복해낸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훗날 역경이 닥쳐도 금세 마음을 다잡고 일어선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상호 세대적 자아(Intergenerational Self)’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뿌리와 자신이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심리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것. 실직 상태에서도 새벽마다 정장을 차려입고 도서관으로 향했던 아버지의 단단함, 아픈 몸으로 매일같이 고된 노동을 해온 어머니의 성실함, 사고...
[광화문에서/이설]돈보다 값진 인생 나눔… 청년 세대 지탱할 ‘경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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