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구속이 취소됐다고 尹 수사가 끝난 건 아니다

1 day ago 2

유성열 사회부 차장

유성열 사회부 차장
12·3 비상계엄 이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계속 벌어졌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수사와 출국금지, 법원의 체포·구속영장 발부와 검찰의 구속 기소 모두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 공포 이후 처음 벌어진 사건이었다. 초유의 일은 7일 또 추가됐다. 법원이 현직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조인들은 요즘 “형사소송법과 해설서를 다시 공부해야 할 판”이란 말을 많이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여전히 국가 기밀에 접근하며 대통령경호처의 24시간 밀착 경호를 받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형사사법 절차를 진행한 전례가 없어서다.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던 구속 취소를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청구하고 법원이 인용한 것도 대다수 법조인들은 예측하지 못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사실상 무죄를 받은 것”이란 주장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 피고인’ 신분은 변하지 않았다. 불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는다는 것만 달라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도 법원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어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을 뿐이다. 당연히 윤 대통령의 유무죄도 결론이 난 게 아니다.

사유가 엄격히 제한되지만 법원은 윤 대통령을 다시 구속할 수 있다. 중요한 증거가 더 나오면 재구속 사유가 된다.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도 “본안에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재판부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3년 법원이 직권으로 발부한 구속영장은 검찰 청구로 발부된 것보다 1만146건이나 많았다. 법원이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도 있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면 윤 대통령은 다시 수감된다. 구속 취소 한 번으로 영원한 자유를 얻는 건 아니란 얘기다.

윤 대통령 수사도 내란 혐의로 끝나는 건 아니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여권은 핵심 관련자 명태균 씨가 ‘제2의 김대업’으로 정치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가 없던 김 씨와 달리 명 씨는 ‘황금폰’을 검찰에 제출했다. 황금폰엔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얘기하겠다는 발언이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이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고 있었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과 배치되는 증거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명령을 거부한 박정훈 대령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도 윤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를 수사 중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더라도 현직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만큼 세 사건 모두 퇴임 후 기소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 수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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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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