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출마 ‘노코멘트’ 한덕수, 탄핵 찬반 분명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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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정치부 차장

박훈상 정치부 차장
“노코멘트(No comment).”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달 20일 공개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 권한대행은 그동안 대선 출마설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않는)’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복수의 ‘한핵관’(한 권한대행 측 핵심 관계자)은 한 권한대행의 사퇴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해 왔다.

그사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서로의 치부를 까발리는 혈투 끝에 ‘반탄파’(탄핵 반대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찬탄파’(탄핵 찬성파) 한동훈 전 대표 간 양극단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깐족’만 남은 경선 토론회라는 지적도 있지만 각 후보는 토론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해 버림으로써 이재명(더불어민주당 후보)이 온 정국을 휘젓고 있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아버지가 불법 계엄했어도 막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탄핵과 계엄에 대한 대선 후보의 입장은 국민의 알 권리다. 한 권한대행 역시 탄핵과 계엄 관련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이자 유일한 국무총리다. 한 권한대행의 총리 재임 기간은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의 임기보다 길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와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에 대한 질의를 받았지만 탄핵 찬반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은 1월 15일 국회 비상계엄에 대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선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안타깝고 국민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2월 20일 헌재 변론기일에 출석해선 12·3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건 하나의 팩트”라고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국가 비상사태’라는 계엄 발동 요건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엔 “법원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궐위하거나 사고로 직무 수행을 할 수 없을 때 권력을 승계하는 1순위다. 국정의 2인자 지위를 누리기 위해선 당연히 대통령의 국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한 권한대행은 2015년 동아일보에 총리의 덕목에 대해 “과거에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 80이라면 설득이 20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정반대가 됐다”며 “정부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진솔하게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총리의 덕목”이라고 했다. ‘한덕수 차출론’, ‘한덕수와 단일화’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통상 전문가로서, 오랜 관료로서 그의 장점을 높이 산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한 권한대행 출마를 두고 ‘윤석열 정권 시즌2’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꽃가마에 올라타기 전에 일단 찬탄인지 반탄인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직을 걸고 계엄을 막지 못한 총리가 권한대행직을 던지고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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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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