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재명]국가대항전 된 첨단기술 경쟁… ‘팀 코리아’ 재건 나서자

18 hours ago 1

박재명 산업1부 차장

박재명 산업1부 차장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퀴 달린 아이폰, 애플카(Apple Car)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애플은 10년이 흐른 지난해 개발팀 임직원 2000명에게 프로젝트 중단 사실을 알리며 전기차 사업에서 철수했다.

중국 샤오미는 2021년 3월 “내 인생 마지막 기업가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란 레이쥔(雷軍) 창업자의 각오와 함께 전기차 진출을 선언했다. 샤오미는 애플이 전기차 포기 선언을 했던 2024년 전기차 SU7을 출시했다. 초창기 ‘애플 워너비(Wannabe)’로 조롱받던 기업이 3년 만에 애플이 가지 못한 새로운 길을 밟은 것이다.

세계 1위 미국 기업이 10년 동안 헤매던 일을 중국 기업은 3년 만에 달성했다. 이유가 뭘까. 민간 연구기관 최종현학술원은 최근 발간한 과학기술혁신 보고서에서 ‘친구의 힘’을 그 원천으로 봤다. 샤오미는 자동차를 처음 만들지만 중국에는 배터리, 섀시, 센서 등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무수히 많다. 그들과 협력한 것이 샤오미가 전기차 출시 기간을 3년으로 압축한 비결이었다. 자국에 친구 기업, 즉 산업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는 애플은 샤오미가 아닌 ‘팀 차이나’에 뒤진 것이다.

최근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은 세계화 이전 국가대항전 형태로 회귀하고 있다. 전기차만 그런 게 아니다. 더 뚜렷한 사례가 전자산업에 있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에는 미국 엔비디아부터 대만 폭스콘, 에이수스 등 전 세계 대만계 기업 1400곳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류양웨이(劉揚偉) 폭스콘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팀 타이완의 리더”라고 불렀다. 그러자 황 CEO는 “팀 타이완 가자!(Go Team Taiwan!)”란 말로 화답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와 TSMC 등 범대만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분야에서 끈끈하게 뭉치고 있다. 그만큼 한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는 산업 육성책을 준비하고 있다. AI 진흥부터 쇠락한 굴뚝산업 첨단화까지 위기의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여러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권 초기에 전자, IT,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각 산업 분야에서 ‘팀 코리아’ 재건을 위한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산업 정책은 개별 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개발도상 시대,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기업 육성책이다. 반면 같은 산업 기업들을 유기적인 횡(橫)의 대열로 묶어 ‘원 팀’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이미 규모가 커진 기업은 단순한 정부 지원보다 함께 싸워 줄 네트워크와 동맹이 필요하다. 13일 이 대통령과 만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첨단 분야는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 생태계를 강화해 국가 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어 이제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계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달한 것이라 본다. 한국 제조기업들이 앞으로도 각자도생해야 한다면 지금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을 팀 코리아로 규합해 팀 차이나, 팀 타이완과 맞서기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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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산업1부 차장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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