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정권 바뀌자 또 ‘알박기’ 논란… 정치인 보은 인사부터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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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김지현 정치부 차장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5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이 위원장의 표정이 하루 종일 화제였다. 잔뜩 인상이 굳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하루 만에 2027년 7월까지 남은 임기가 보장된 이 위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대선 전부터 당내에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12·3 비상계엄 이후 임명됐거나 임명을 앞둔 공공기관장 54명에 대한 퇴출을 주장해 왔다. 다만 앞서 문재인 정부 집권 초, 전임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을 무리하게 솎아내려 했던,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던 만큼 이들을 임의로 자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알아서 나가라’고 촉구하는 여론전을 비롯해 감사원 감사 압박 등 온갖 우회로를 총동원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불과 2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등을 ‘문재인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한 전 전 위원장에겐 감사원 감사부터 국회 업무보고 배제 등 전방위적 사퇴 압박이 이어졌다. 버티던 한 전 위원장은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강제 면직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 “표적 감사”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임기 끝까지 버텼던 전 전 위원장은 지지층으로부터 ‘전사’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전 전 위원장이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은 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은 이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안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면 재검토 방침 등을 줄줄이 내놓은 상태다. 대선을 앞두고 당의 10대 공약 중 하나로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매번 선거철 공수 교대 시즌마다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각 당이 앞다퉈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정안을 내놓지만 선거가 끝나면 결국 논의가 흐지부지돼 자동 폐기되는 식이다. 지난 대선 직후인 2022년에도 여야 지도부는 관련 법안 개정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법 개정의 대상이 될 ‘공공기관장 범위’를 놓고 다투다 끝내 뭉갰다. 막상 법안을 조율하려니 각자 자기들 밥그릇 생각이 앞서서였을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 때 도와준 측근 정치인이나 의원, 관련 단체 인사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공공기관장 또는 임원 자리를 관례처럼 제공해 왔다. 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관계에 따른 ‘낙하산 인사’다 보니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의 연속성과 조직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결국 공공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구조적, 법적 손질도 필요하겠지만 매번 이 같은 논쟁을 야기하는 정치권의 보은성 인사에 대한 자성부터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매번 정치판의 파워 게임의 장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더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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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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