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과하게 몸 사리는 이재명, 제로섬 경선하는 국민의힘

4 hours ago 1

김지현 정치부 차장

김지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89.77%라는, 1987년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 역사상 역대 최대 경선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다들 초장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랬지만, 정작 이 후보는 보름여의 경선 기간 내내 몸을 사렸다.

대중에 노출되는 일정은 최소화했고, 기자들과의 대면 접촉도 줄여 혹시 모를 설화나 리스크를 전면 차단했다. 매일 한 개 이상 공약을 내놨다지만 전부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이마저도 캠프 소속 의원들이 ‘대리 발표’ 하다 보니 이 후보의 고심과 구상을 육성으로 직접 들어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결국 챗GPT가 쓴 듯한 두루뭉술한 내용만 공허하게 퍼졌다.

이 후보는 원전과 부동산, 주식 등 선거철 가장 논쟁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회피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을 위해 안정적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면서도 신규 원전에 대해선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4기 신도시를 공약하면서도 언제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는 언급하지 않았고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면서도 어떤 근거로 나온 수치인지, 언제까지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디테일은 없었다. 세 차례의 경선 TV 토론에서도 치열한 설전 한 번 없이 공자님 말씀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굳이 이 후보가 경선 때부터 전면에 나서 이미지를 소비할 필요 없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에선 “후보가 몸을 사렸는데도 오히려 지지율은 더 오른 점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리스크 회피를 위한 ‘전략적 침묵’이란 얘기다.

민주당 경선이 한마디로 ‘이재명의 부자 몸조심’이었다면, 아직 진행 중인 국민의힘 경선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제로섬 경쟁’이다. 경선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 뽑을 사람이 없다는 확신만 강하게 주고 있다.

‘바퀴벌레와 바퀴 중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겠느냐’고 묻는 수준 이하의 토론회를 시작으로, ‘생머리’와 ‘키높이 구두’ 등 조롱과 막말만 남았다. 아직도 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고 “아부를 했네” “깐족거렸네”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걸 보면 아무도 ‘윤석열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하다.

그렇다 할 미래 정책 비전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던 국민의힘 주자들은 ‘한덕수 러브콜’에는 일제히 앞다퉈 나서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당 내부에서 인재를 못 찾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찰총장 출신을 급히 데려왔다가 그 사달을 내고도, 또다시 외부 인사 수혈로 어떻게든 대충 연명해 보려는 계산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번 대선이 왜 3년 만에 다시 치러지게 됐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은커녕 직전 여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과 윤석열이 온갖 추문과 논란 속에서 경쟁했던 20대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꼽혔다. 지금처럼 이 후보는 ‘일단 대통령만 되고 보자’는 심보로 몸을 사리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집단 헛발질만 이어간다면 21대 대선도 지난 대선 못지않은 비호감 선거가 될 판이다. 지금 우리가, 유권자가 알고 싶은 건 그래서 대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인지다. 그에 대한 진지한 대답이 필요하다.

광화문에서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e글e글

  • 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 정치를 부탁해

    정치를 부탁해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