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의 화려한 귀환...셰플러, 5만 홈 팬 앞 시즌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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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 FR
최종합계 31언더파 253타 정상
11년 전 처음 출전한 프로 대회서
나흘 내내 선두 ‘와이어투와이어’
72홀 최저타 타이기록까지...“특별해”

스코티 셰플러가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 TPC크레이그랜치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에서 우승한 뒤 아들 베넷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가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 TPC크레이그랜치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에서 우승한 뒤 아들 베넷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많은 골프 선수가 그렇듯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도 자신의 첫 프로 대회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11년 전 아마추어 고등학생 신분이던 그는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서 공동 22위에 올라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무대가 바로 댈러스 지역의 대표 골프 축제인 바이런넬슨 대회다.

그랬던 열여덟 살 소년이 ‘골프 황제’가 되어 돌아왔다. 그사이 마스터스 챔피언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셰플러는 5일(한국시간) 끝난 PGA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에서 우승하면서 자신의 지역 주민들 앞에서 ‘셰플러의 시대’가 현재 진행형임을 증명했다. 통산 14승을 자랑하는 그가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댈러스 지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낚시꾼 스윙에도 ‘송곳 샷’

셰플러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매키니 TPC크레이그랜치(파71)에서 열린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 합계 31언더파 253타를 적어낸 셰플러는 2위 에릭 판 루옌(남아공·23언더파 261타)을 8타 차로 크게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253타는 2017년 소니오픈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 2023년 RSM클래식에서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와 함께 PGA투어 역대 최저타 타이 기록이다.

지난해 첫아들 출산 일정이 겹쳐 지역 팬들 앞에 서지 못했던 셰플러는 이 대회 여섯 번째 출전 만에 정상에 섰다. 그것도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로 완벽하게 우승을 장식했다. 우승상금은 178만2000달러(약 25억원). 페덱스컵 랭킹에선 500포인트를 획득해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셰플러는 독특한 스윙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낚시꾼 스윙(fisherman swing)’이다. 정통에서 벗어난 스윙이지만, 엄청난 연습량 덕분에 정교한 샷을 구사한다. 그는 “스스로를 너무 복잡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셋업에서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샷을 할 때마다 그립을 재차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본에 충실한 셰플러의 샷은 이번 대회에서도 날카로움을 뽐냈다. 이번 대회 그린 적중률 공동 1위(81.94%), 그린 주변 샷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그린 주변 이득타수(SG:around-the-green)도 1위(12.81), 평균 퍼팅 수(Putts per GIR)에서도 1.53타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전날 18번홀(파5)에서도 일몰 후 어둠 속에서도 세컨드샷을 그린에 정확히 올려 화제가 됐다.

○구름 갤러리 앞 최저타 기록 작성

“환영합니다. 텍사스주 댈러스 출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페덱스컵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 셰플러가 1번홀 티잉 구역에 설 때마다 외치는 아나운서의 소개 멘트에 그를 둘러싼 5000여 명의 갤러리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6살 때부터 댈러스에서 자랐고 지금도 댈러스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홈 팬들의 응원에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첫날 코스 레코드에 1타 모자라는 10언더파 61타를 몰아친 셰플러는 2라운드에서도 8타를 줄여 6타 차 단독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이 대회 36홀 최저타(124타) 기록을 세운 그는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줄여 54홀 최저타(190타) 기록도 갈아치웠다. 마지막 날엔 PGA투어 72홀 최저타 타이 기록까지 더한 셰플러는 11년 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이 대회를 자신의 신기록들로 장식했다.

이날 입장한 갤러리만 5만명. 구름 갤러이 앞에서 아들 베넷을 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셰플러는 이렇게 말했다. “11년 전 이 대회가 내가 처음 출전한 프로 대회였어요. 이런 순간을 위해 평생 노력하고 희생한 것 같아요. 정말 특별한 한주이자, 특별한 순간이예요.”

매키니=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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