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골프 시장이 위축됐다고 하지만 여성용 골프용품 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뜨겁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입문한 30~40대 여성들이 골프의 진정한 재미에 눈을 뜬 ‘진성 골퍼’로 성장하면서다. 골프용품 업체들은 여성 골퍼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여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 여전히 뜨거운 여성 골프용품 시장
골프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도 여성 골프 인구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가 자사 앱에 스코어를 등록한 회원 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골퍼들의 연령대·성별 비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20년 31.2%였던 여성 골퍼의 비중이 2023년에는 34.1%로 약 3% 포인트 증가했다.
여성 골프 인구의 증가는 여성용 골프용품 시장 내 경쟁에 불을 붙였다. 최근엔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PXG가 여성용 풀세트 시장에 후발 주자로 나섰다. 지난 7일 공개된 PXG의 ‘와일드캣’은 드라이버, 5번 우드, 6번 하이브리드, 7번 아이언부터 피칭 웨지, 샌드 웨지, 퍼터까지 총 9피스 1세트로 구성됐다. 여기에 PXG 8인치 경량 스탠드백까지 함께 포함돼 편리함을 더했다.
와일드캣은 여성 골퍼를 타깃으로 만든 만큼 관용성에 신경 썼다. 특히 우드는 기존 클럽 라인업 대비 더 큰 페이스와 오프셋을 적용했고, 헤드 뒤쪽에 매우 낮은 무게 중심을 배치해 관성모멘트(MOI)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PXG 관계자는 “미스샷에서도 볼의 탄도와 궤적을 보완해 거리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여성 골프 인구 증가에 발맞춰 모든 기능이 여성들에게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테일러메이드도 지난해 9월 토털 우먼스 브랜드 ‘올 뉴 글로리’를 공개하면서 여심 잡기에 나섰다. 시그니처 컬러인 민트블루를 앞세운 올 뉴 글로리는 프리미엄 초경량 카본을 이용해 전면 무게를 줄이고 관용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엔 올 뉴 글로리 클럽을 사용하는 여성 골퍼 커뮤니티 회원 60명과 함께 ‘글로리 데이즈’ 티오프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해 보다 적극적인 고객 관리에 나섰다.
◇ ‘절대강자’ 젝시오·야마하 아성은 여전
여성용 골프용품 시장의 경쟁이 뜨거워졌음에도 ‘절대강자’ 젝시오와 야마하골프의 아성은 여전했다.
특히 젝시오를 국내에 유통하는 던롭스포츠코리아가 지난해 1월 공개한 젝시오13은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여성 골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골프용품 유통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골프존커머스가 최근 공개한 지난달 여성용 클럽 판매 순위에서도 젝시오13이 드라이버(19.7%)와 우드(27.4%), 유틸리티(31.9%), 아이언(23.2%) 등 모든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젝시오는 올해도 적극적인 ‘여성 마케팅’을 통해 ‘젝시오 천하’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에는 앰버서더 조인성과 함께하는 레이디스 크루 라운드 행사로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선보였다. 젝시오는 최근엔 여성 골퍼들에게 인기인 젝시오의 3피스 골프볼 ‘리바운드 드라이브2’ 원 플러스 원(1+1) 이벤트로 봄 골프에 나설 여성 골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스테디셀러 풀세트 모델 ‘페미나’로 젝시오와 함께 국내 여성 골프용품 ‘투톱’을 형성했던 야마하골프는 2025년형 씨즈(C’s)로 시장을 공략한다. 씨즈는 한국 여성 골퍼만을 겨냥해 야마하골프가 국내에 출시한 모델로 코로나19 시기 땐 넘쳐나는 수요에 비해 재고가 부족해 팔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만큼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배우 이민정을 모델로 앞세운 2025년형 씨즈는 로즈골드 컬러에 여성성을 강조한 디자인, 경쾌한 타구음 등 여성이 원하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었다. 특히 여성 골프용품 가운데 최고 수준의 MOI를 갖춰 여성 골퍼들이 적은 연습량에도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