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윤정이 산부인과 전공의를 연기하던 진심을 꺼내 놓았다.
고윤정은 1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금토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종영 인터뷰에서 "이제 정말 헤어질 거 같아서 아쉽다"며 "'일을 잘해야 한다'는 의욕은 있어도 '잘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오이영이 연기를 시작하던 초반의 나와 닮았었다"면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전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24시간을 다룬 작품.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병원에서 유일하게 탄생을 다루는 산부인과에서 저마다의 처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한다는 목표로 제작됐지만 갑작스러운 의사 파업으로 방영이 1년간 미뤄지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고윤정은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 오이영 역을 맡았다. 오이영은 레지던트 재수생으로 졸부 집 늦둥이에 전교 1등 학창시절을 보내며 사회생활은 낙제자가 된 인물이다. 오이영의 성장이 극을 이끄는 가운데, 그의 외모부터 로맨스까지 모든 부분이 극의 화제를 이끌었다.
고윤정은 '사돈총각'이자 전공의 선배인 구도원 역의 정준원과 로맨스가 "이렇게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면서도 "그의 성숙한 모습에 빠져든 거 같다"고 오이영이 구도원과 사랑에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숨만 쉬기에도 바쁜 전공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떡진 머리를 위해 무스를 바르고, 다크서클 분장도 했다"며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 안나온 거 같기도 하다. 메인 멤버라 반사판도 대주시고 그래서 그런거 같다. 앞으로 슬기로운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고 답해 앞으로의 연기를 기대케 했다. 다음은 고윤정과 일문일답.
▲ 큰 관심 속에 방영됐다. 종영을 앞두고 있다.
= 너무 아쉽다. 얼마 안한 거 같은데 끝난다고 하니까. 마지막 촬영 날에 다들 헤어진다고 하니 아쉬웠는데, 지금에야 진자 헤어진다는 느낌이다. 1년 방영이 미뤄진 후에 종영을 앞둔 거라 더 헤어지는 느낌이 강한 거 같다. 다음 작품이 정해져 있어서 바로 다른 촬영장을 가야했다. 그러고 다시 작품을 보니 내용도 기억이 잘 안나고, '둘이 어떻게 되냐', '몇화에 이어지냐' 이런 질문도 받는데 기억이 안남더라. 시청자 입장에서 재밌게 봤다.
▲ 어떤 부분이 재밌었을까.
=이영이 도원이가 어떤 감정선을 쌓아서 이뤄지는지 1년 지나고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게 있었다. 그리고 각자 레지던트 동기들과의 서사도 재밌었고, 각각의 관계성도 재밌었다. 또 얼마전에 교수님과 제자들끼리 대립하는 구도도 재밌더라.
▲ 이영이는 도원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 레지던트 1년차땐 요구르트에 빨대만 꽂아줘도 반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사소한 것이 확대되고, 위로가 되는게 없지 않아 있었을 거 같다. 또 이영이가 오해도 많이 받고, 주변의 불신도 얻던 상황에서 침착하고 성숙하게 대처하며 이영이를 구해준다. 그런 것에 대한 존경심, 구제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 그렇게 오래 봐온 사람이지만 그런 포인트들이 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외모적인 부분은 상관 없었을까.
= 아무래도 사돈총각이고, 집에서 퍼져있는 모습을 보니까. 본업을 잘하니 멋있어 보이는 게 있었을 거 같다. 선배이고 프로다운 모습에 반한 거 같다.
▲ 시청자들이 만남을 반대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찍을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영이도 외적인 모습에 반하기보단, 다정하면서도 강단있고, 선배미에 꽂힌 거 같다. 그래서 연기할 때 그런 생각도 없는 거 같다. 거기에 도원이의 스킨십을 플러팅으로 받아들인 거 같다.(웃음) 그리고 저는 SNS에 들어가면 '구도원 멋있다', '귀엽다', '마시마로같다' 이런 반응만 보여서. 공감이 많이 됐다. 사실 러브라인이 이렇게 터질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작가님도 몰랐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로맨스는 항상 통하지만, 우리 드라마에 멜로 라인이 없어서 단비 같은 느낌으로 좋아해주신 거 같다. 여기에 적극적인 여자 캐릭터와 '노잼' 루틴남 설정의 남자의 관계성도 재밌게 봐주신 거 같다. 또 사돈 관계라는 게.
▲ 실제로도 외모보다는 성격인가.
= 저는 개그코드가 중요하다. 외모보다 중요하다. 서로 주고받는 티키타카도 여려개가 있는데, 선을 넘지 않으면서 그 선의 기준이 비슷한 사람이 편한 거 같다.
▲ 의학 드라마인데, 의학 드라마에 대한 재미보다 로맨스에 재미가 오는 아쉬움은 없나.
=제목부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라 뭔가 전문적이고 프로페셔널하고, 딥한 의학적인 면에서 인정 받고 좋은 반응을 얻을 거란 생각은 안했다. 실수도 많은데, 그 수준이 '이것도 못한다고' 할정도로 상상 이상의 것을 하고. 그래서 아쉽진 않았던 거 같다.
▲ 의학 용어 등의 어려움은 없었나.
= 저는 1년차고, 어설퍼야 하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고, 능수능란하고, 익숙하게 입에 붙여서 모든 걸 붙어 있으면 오히려 감독님이 '너무 잘해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디렉팅을 주셨다. 어렵지 않게 찍었다.
▲ 이 작품을 찍으며 사회생활을 했다. 어떻던가. 실제로는 어떤 인물에 가깝나.
= 저희 캐릭터들이 극단적이라. 초반은 오이영 같았다. '일을 잘해야 한다'는 의욕은 있어도 '잘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거 같다. 뭘 알아야 질문도 하고, 잘하려 하는데 모르니까 그랬던 거 같다. 일을 하면서 '인간관계도 중요하다' 이걸 알게 됐다. 저는 남에게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제가 현장을 좋아하더라. 촬영할 땐 몰라도 마지막엔 '내가 정이 많이 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 이영의 성장사가 그려지는데, 개인적인 경험과 공감이 된 부분이 있나.
= 저는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남동생만 있고, 사촌으로도 언니가 없다. 그래서 그 상황 자체를 납득하려 했다. 다행히 저희 언니 역할의 정운선 배우가 여동생이 있어서 얘길 많이 들었다. 친해지니 현실 자매 바이브가 나왔던 거 같다.
▲ 서정민 교수 역의 이봉련과는 어땠나.
= '스위트홈'으로 처음 뵙지만 인사만 했던 사이였다. 그래서 엄청 반가웠다. 현장에서 제가 살갑게 하는 편이 못 돼 '민폐가 아닐까' 싶어서 대화를 잘 못이어 갔다. 그런데 마지막에 울컥하더라. 엄청 친하고, 서로 잘챙기고 이런 느낌보다는 따르고 좋아하는 마음이 컸던 거 같다. 속상하더라.
▲ 예쁨을 감춰야 하는 전공의인데, 너무 예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초반에는 색보정이 들어가서 현장에선 입술색이 없었는데 진해 보이더라.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제가 봐도 좀 진해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첫날에는 병원에 몸을 담구겠다는 마음으로 간 게 아니라, '수틀리면 관둬야지' 하는 거라 돈을 벌기 위해 버티는 곳으로 간 거라 한껏 꾸미고 갔다. 그런데 같은 날이 이어지다보니 수술실 장면에서도 메이크업한 장면이 그대로 이어진 거 같다.
▲ 퀭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 게 있나.
= 떡진 머리를 위해 무스를 바르고, 다크서클 분장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 안나온 거 같기도 하다. 메인 멤버라 반사판도 대주시고 그래서 그런거 같다. 슬기로운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
▲ 남동생 반응도 궁금하다.
= 남동생 친구들은 저를 좋아해준다. 가끔 단톡방을 보여준다. '누나네 집이다' 이러면 '나도 온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보고 있긴 하다. 시청률을 캡처해서 보내긴 하니까. 그렇게 오르는 건 좋아해서 '응원하는구나' 싶긴 하다. 제가 용돈을 많이 챙겨줘서 그런거 같다. 제가 해외 촬영하고 오면 집도 어질러지고 하니까 '청소해줘' 이러고 용돈을 준다.
▲ 신원호 감독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 노코멘트 하겠다.(웃음) 신원호가 연기하는 신원호인데, 잘하시더라. 감독님들이 연기 잘하신다더니 정말 잘한다 싶었다.
▲ 이영이는 '슬의생'의 어떤 선배가 될 거 같나.
= 서정민 교수님같은 사람이 될 거 같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교수님이기도 하고, 서정민 교수님도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거나 아쉬워하거나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이 없고 온전히 일에 몰두하시는 스타일이다. 이영이가 일에 의욕을 더 높인다면 그런 훌륭한 의사가 되지 않을 거 같다.
▲ 이 세계관에 카메오 출연을 받는다면?
= 이 세계관에 카메오 제안이 온다면 또 나가고 싶다. 훌륭한 의사가 됐을 지, 맨날 '때려친다'하니 때려쳤을 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하고 싶다.
▲ 처음 드라마가 기획했을 때와 달리 의사에 대한 반응이 많이 달라졌고, 실제로 올해 산부인과 전문의가 1명이라는 점에서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는 반응도 많았다. 주연배우로서 지켜보면서 어땠을까.
= 드라마를 보셨으면 알겠지만, 너무 부족한 1년차부터 서서히 성장하는 것들이 주된 내용이다. 걱정은 됐다. 그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이 드라마 홍보를 하고자 1년 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그게 너무 반가웠고. 아직 부족한 캐릭터들의 성장 서사를 보다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전공의 얘기라기보다는 어설픈, 아직 의사같지 않은 사람들이 의사가 돼 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이영이만 해도 가정사가 있고. 엄마에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그런 얘기들이 더 와닿았다.
▲ 결말이 어떻게 봤나.
= 해피엔딩이다. '산부인과 2년차 전공의 오이영입니다' 하고 끝나는데, 시즌제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2년차에 가면 또다른 1년차 얘기가 나와야 할 거 같은데, 도와주는 입장이 될텐데 '아직도 슬기로워지지 못했다'라. 마음이 반반이다.
▲ 고윤정에게 '예쁨'이란? 평생을 예쁘게 살아왔으니까.
= 연기적으로든 뭐든 외모로 득을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못해보인다'는 말보다는 '예쁘다'는 말이 많으니 기분은 좋은 거 같다. 이렇게 면전에 '예쁘다'고 해주는 분들이 많지 않다.(웃음) 그래도 좋다. 제가 오이영과 닮은 게 꽂히는 게 없다. 꽂히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지금은 일에 좀 꽂혀 있는 거 같다. 대표님이 좋아하실 거 같다.
▲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이 어떻게 시청되길 바라나
= 누구나 사회 초년생 시절은 있지 않나. 성숙하지 못했을 때 시기를 공감해가면서 '저렇게 부족해도 성장하는구나'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