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협회가 매년 초 발표하는 투어 일정표는 협회 운영 능력을 가늠하는 ‘성적표’로 불린다. 대회 수와 총 상금 등으로 해당 투어의 인기나 협회의 영업력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올해 투어 일정 발표를 선뜻 못하고 있다. 작년까지 열렸던 대회 중 2개 대회가 스폰서 이탈로 올해 폐지되면서다. 벌써 지난달 20일 일정표를 내놓은 ‘이웃’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비교하면 한 달 가까이 미루고 있는 것.
6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와 KB금융 리브챔피언십이 올해부터 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두 대회 폐지로 올 시즌 KPGA투어는 20개 대회 안팎으로 총상금 등 전체적인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KPGA투어는 지난해 22개 대회, 총상금 275억원 이상의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는 KPGA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 대회로, 2010년 먼싱웨어 챔피언십으로 창설돼 지난해까지 15년간 유지됐다. 그러나 메인 스폰서인 데상트코리아가 올해 대회 개최를 포기하면서 KPGA투어의 메이저급 대회를 제외하고 네 번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골프 시장이 위축된 결과다. 데상트코리아 관계자는 “골프 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의류 브랜드 단독으로 대회를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이 2018년 창설한 KB금융 리브챔피언십의 폐지를 결정한 것도 경기 침체에 따른 예산 축소가 결정적 이유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KB금융그룹도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스포츠마케팅 예산 축소 등을 논의했고, 오랜 고심 끝에 최근 남자 대회 폐지를 결정했다”며 “K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한화 클래식의 철수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귀띔했다.
KB금융 리브챔피언십과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는 지난해 5월 말 연달아 열렸다. 상반기 2개 대회가 사라지면서 올 시즌 일정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에 개최됐던 아시아드CC 부산오픈도 6월로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KPGA 관계자는 “2개 대회가 폐지된 상황이지만, 신규 대회 유치를 위해 새 스폰서와 지속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PGA투어는 지난해 2월 6일 2024시즌 일정을 발표했다. 올 시즌은 정확한 대회 수와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발표 시기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KPGA 관계자는 “스폰서, 골프장과 조율을 마친 뒤 다음 주쯤 일정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