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뇌 훈련…약물 의존 없는 ADHD 치료법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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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뇌 훈련…약물 의존 없는 ADHD 치료법 찾았죠"

현대자동차 연구원 출신 바이오벤처 대표가 모바일 게임으로 아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는 길을 열고 있다. 국내 최초로 ADHD 디지털치료제의 최종 임상(확증 임상)을 완료해 상용화를 눈앞에 뒀다. 세계적으로도 주의력 결핍 우세군(AD)뿐만 아니라 과잉행동 장애 우세군(HD)에 대해서도 디지털치료제의 효과를 입증한 첫 사례다.

민정상 이모티브 대표(사진)는 11일 인터뷰에서 “이달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디지털치료제 ‘스타러커스’의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며 “오는 3분기에 의료기기로 시판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하면 내년 미국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병원과 한양대병원이 올초 아동 ADHD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4주간 스타러커스 임상시험을 한 결과 평균 45%의 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러커스는 일반 게임과 달리 주로 멀티태스킹 능력을 요구한다. 사용자가 게임에 집중하는 동안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반응속도, 작업기억력, 억제력 등 50가지 지표로 인지 상태를 평가하고 그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한다. 민 대표는 “사용자는 두 가지 이상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동안 인지능력을 훈련한다”며 “그 결과 전두엽 기능이 향상되고 주의집중력 결핍이 개선되며 충동성을 억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모티브는 2020년 설립된 후 스타러커스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 현대자동차, 2023년 대웅제약에서 투자를 받았다. 2023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고, 정부 범부처의료기기사업단으로부터 연구비와 특허·인허가 관련 지원도 받았다.

수출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일본 신경과 전문 병원 아오이클리닉이 ADHD 아동에게 시범 적용하고 있고, 영국 신경과학 및 심리학 연구중심대학인 애스턴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태국 최대 병원인 사미티브 역시 이 제품을 도입해 테스트를 벌이며 정식 공급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민 대표는 현대차에서 10년간 근무하며 2015년 세계 최초로 오목형 필기인식 조작계(제네시스 장착)를 개발한 인지과학 전문가다. 기존 ADHD 치료제가 우울증, 불면증, 소화불량 등 약물 부작용이 심한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나섰다. ADHD는 국내에서 아동 38만 명, 성인 150만 명 등 약 200만 명이, 전 세계적으로 5억 명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민 대표의 다음 공략 대상은 성인 ADHD 및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시장이다. 이모티브는 또 연간 세계 50조원 규모인 차량용 게임(인카 게임) 시장을 타깃으로 운전인지능력 향상 게임을 지난 3월 개발해 현대차와 시범운영(PoC)을 마쳤다. 그는 “평소 복잡한 일정 관리에 서툰 성인 ADHD 환자나 운전 실수가 잦은 분들에게 유익한 치료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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