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방산 만나 'AI 무기' 만든다…크래프톤·한화에어로 전격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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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합작법인 설립K9 자주포·L-SAM 미사일 …
가상세계서 반복 테스트 가능
김창한 대표 "한국의 안두릴 될것"
게임과 타업종간 협력 잇따를듯

방위산업 기업과 게임회사가 손을 잡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크래프톤 얘기다. 두 회사가 협력해 인공지능(AI) 무기를 제작하기로 했다. AI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선 학습할 장소와 데이터가 필요한데, 크래프톤의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이 역할을 한다. 무기 제조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본격화한 것이다.

◇무기 학습엔 가상현실·데이터 절실

크래프톤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3일 피지컬 AI와 관련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고 공동 발표했다. 두 회사는 향후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크래프톤은 한화자산운용이 조성하는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AI·로보틱스·방위산업 투자펀드에도 참여한다.

합작법인 설립 시기와 지분 구조 등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이날 “JV를 통해 공동 개발 성과를 사업화까지 연결하고, JV를 미국의 안두릴인더스트리즈와 같은 글로벌 방산 기술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방산과 게임의 이질적인 결합은 방산 분야에서 피지컬 AI의 미래를 보여준다. K-9 자주포,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항공기 엔진, 우주 발사체 등 다양한 방산 장비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궁극적 목표는 ‘무인화 무기’ 제조다. 전장에서 위험을 줄이고 작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무인화엔 AI가 필요하다. 지금도 다연장 로켓 ‘천무’에 AI가 적용돼 스스로 이동 표적을 식별하지만, 미래엔 모든 무기에 이런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

AI는 학습해야 하는데 무기를 시험할 데이터가 없다. 학습할 장소도 없다. 가상현실이 필요한데 게임회사엔 모두 있다. AI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고도화는 이미 게임에 적용돼 있다. 수만 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움직이는 거대한 가상 세계가 수시로 펼쳐지고, 무기와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을 실물처럼 정교하게 구현한다. 이 데이터가 수없이 쌓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크래프톤이 손잡은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게임은 단순히 그래픽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가상현실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며 “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스템에 이식해 가상환경을 구축하면 현장 실험 없이도 각종 무기가 AI를 반복 학습해 비용과 보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산·IT 기업 동맹 늘어날 듯

두 회사의 결합이 국내 방산·정보기술(IT)업계 간 디펜스테크 협력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AI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배키’를 공개하면서 이 모델이 국방 보안 분야에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 포럼에서 NC AI의 3차원(3D) 시뮬레이션 기술력을 소개하며 “앞으로는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전장 상황을 학습하고 현실과 가상공간을 잇는 3D 환경과 피지컬 AI가 국방 혁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디펜스테크 분야 진출을 위해 방산업계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에선 이미 시도 중인 협력이다.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은 2020년대 초부터 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이라는 게임 개발 플랫폼으로 전투기 조종 훈련과 전장 환경 시뮬레이션, 자율 무기체계 테스트 등에 활용되는 가상 환경을 구축했다. 게임산업에서 쓰이던 가상환경 기술이 실제 방산 현장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 대표가 이날 언급한 AI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은 전통적인 방산산업의 느릿느릿한 무기 개발 방식을 비판하며 ‘방산의 실리콘밸리화’를 내세운 기업이다. 이 회사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인 팰런티어와 전략적 협업을 맺으면서 미 국방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강해령/안정훈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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