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돌아온 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월드클래스의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역대급 외교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 등의 극찬을 해가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집권 여당은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등에서 사사건건 강경 노선을 앞세워 온 정 대표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90도 인사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 기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폴더 인사와 낯 뜨거운 칭송이 오히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것이다.
▷정 대표의 폴더 인사는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협박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대표의 발언 이후 친명계는 6·3 지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8월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지 말라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주변에 도종환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나. 흔들리면서 젖으면서 가는 게 인생 아니겠느냐”고 했다. 필요하면 고개를 숙여서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대통령에 대한 당 대표의 ‘폴더 인사’가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24년 1월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그는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문제 삼은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직후였다. 당시 한 의원은 “대통령님에게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길로 들어선 다음이었다.▷민주당 안팎에서 정 대표의 폴더 인사로 당청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뉴이재명’으로 통하는 친명그룹과 노무현-문재인 시절부터 당의 주류로 있었던 범친문계의 세력 다툼이 쉽게 정리되기 힘든 탓이다. 2024년 한동훈 의원의 폴더 인사를 두고 “이건 미봉책으로 곧 2차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던 사람이 바로 정 대표였다. 이번 ‘폴더 인사’의 귀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정 대표일지도 모른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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