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전문가’ 나가오 일본지진예지학회장
도카라열도 지진, 한 달 새 2000여 회… 불안감 크지만 대지진 관련성 적어
지진 발생 시점 예측은 불가하지만… ‘난카이 대지진’ 가능성 매해 높아져
도쿄 진도 5강 예상, 韓 영향 제한적… 대지진 대비한 공공인프라 투자 절실
―도카라에서 소규모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있는 필리핀 해판이 침강하며 일대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게 원인이다. 지하의 마그마나 물 같은 유체의 이동 또한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곳의 지진은 ‘군발지진(群発地震)’으로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과거에도 해당 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2주 정도 이어졌을 때가 있었다. 다만, 올해는 발생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도카라 열도에선 2021년 12월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308회, 2023년 9월에는 346회 관측됐다. 하지만 올해는 2100회 이상 발생하며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도카라에서 대규모 지진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그나마 다행인 건 이렇게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면 지각의 온도가 오르고 부드러워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에너지가 계속 분출되고 작은 지진들이 이어진다. 큰 지진은 지각이 차가워진 상태에서 한꺼번에 ‘쾅’ 하고 폭발이 일어난다. 현재로서는 규모 8.0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작은 지진도 이어지면 위험한 것 아닌가.
“그렇다. 이미 주민들이 피난을 가는 등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지반 침하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그래도 대지진과는 피해를 비교하기 어렵다.” ―도카라 지진을 난카이 대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잘못된 생각이다. 원인과 결과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일본 남부 미야자키현 니치난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뒤 난카이 해곡이나 도카라 열도의 지각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도카라 열도와 난카이 해곡의 지진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고, 지진학적으로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향후 30년 내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80%로 발표했다.
“난카이 해곡에서는 100∼150년 주기로 규모 8.0 이상의 대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해 왔다. 이것은 어떤 학설이나 예측이 아닌 역사적인 관측 사실이다. 난카이 대지진은 이렇게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고, 올해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매년 조금씩(구체적으로는 1% 정도씩) 높아진다. 내년에는 정확히 말하면 ‘81%’가 되는 것이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매년 확률을 조금씩 올리는 예측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난카이 대지진은 1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했기 때문에 매년 확률을 약 1%포인트씩 올린다. 다만 지진 발생 확률의 최대치는 90%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16일 오사카에서 열린 참의원 지원 유세에서 “난카이 대지진은 ‘올까’, ‘안 올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오느냐’이다”라며 높은 수준의 방재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일본의 유명 만화가 다쓰키 료가 만화 ‘내가 본 미래’에서 “2025년 7월 5일 대재앙이 온다”고 언급해 혼란이 컸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현재 과학으로는 지진의 발생 시기를 특정해 예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서 ‘2008년 6월 야마가타현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고 해서 떠들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소문 내지 혼란은 과학적 근거가 없더라도 불안 심리와 함께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난카이 대지진은 어떤가. 내일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인가.
“지진 예측을 위한 여러 측정 기기가 실시간 작동하고 있다. 또 여기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전문가들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특별한 이상 징후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진 발생 확률은 이론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2020년대는 비교적 상황이 아직 괜찮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르면 2030년대에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2011년 3월 동일본(東日本) 대지진 때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사망자가 최대 29만8000명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동일본 대지진(사망자 1만9775명)의 15배 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난카이 대지진의 규모는 9.1로 예상돼 동일본 때(9.0)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인구 밀집도가 이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동일본 지역의 인구는 당시 약 400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 난카이 대지진의 직접 피해 예상 지역인 시즈오카, 아이치, 미에현 등에는 약 4000만 명이 살고 있다. 이런 인명 피해는 대부분 쓰나미 피해만을 상정한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다. 난카이 대지진의 원전 피해 가능성은 어떤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들은 내진 공사를 마쳤고, 또한 진행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에도 피해가 있을까. 또 한국엔 어떤 영향을 주나.
“난카이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 지역은 앞서 말했듯이 일본 열도 남부 지역의 해안가 도시들이다. 쓰나미 피해가 클 것으로 본다. 도쿄에는 진도 5강 정도의 흔들림이 예상되고 있어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신칸센이 멈추는 등 여러 경제적 피해는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난카이 대지진을 사전 예측하는 기술은 없나. 돌연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건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다만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진도 8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전리층의 전자밀도에 이상이 생긴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해당 지진이 발생하기 불과 수십 분 전에 포착된 것이었다. 그 외에 지하수 수위의 이상 등으로 지진을 예측하기도 한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
“생각보다 지진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10분 정도 진행될 수 있다. 마치 놀이공원의 어트렉션을 타는 듯한 그런 진동 느낌이 여러 번 찾아올 수 있다. 굉장히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
―쓰나미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보통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해역(진원 위에 바닷물이 있는 곳)에서 발생하면 쓰나미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는 반드시 동반된다. 동일본 대지진 때는 해안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해 쓰나미가 오기까지 20분가량 걸렸다. 하지만 난카이 대지진은 해안 바로 근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몇 분 만에 쓰나미가 육지에 도달한다.”
―해안가 사람들은 대피할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것 같은데….
“바로 그게 큰 문제다. 자신이 있는 곳 근처에 높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소위 쓰나미 피난 빌딩이나 쓰나미 피난 타워 등)이 있다면 그곳으로 빨리 대피하는 게 좋다. 무조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며 가능하다면 자동차를 타고 해안가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야 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난카이 대지진 피해 감축 계획을 밝히며 인명 피해를 80%로 줄인다고 했다.
“왜 80%인가 하면, 지진 발생 후 10분 이내에 대피를 시작하면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를 80%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피할 수 있는 80%의 사람들을 빨리 대피시키는 것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즉시 피난을 시작해도 쓰나미를 피하기 어렵고, 대피할 시간도 부족한 사람이 20%가 된다는 뜻이다.”
―대지진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개인이 준비할 것은 무엇이 있나.
“대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내진 보강을 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상하수도, 가스, 도로 등 각종 사회 인프라의 노후화도 진행되기 때문에 막대한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외부와 단절된 채 1주일 정도 살 수 있는 물과 식량을 비축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충전장치와 각종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배터리 등도 준비하는 게 좋다. 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나가오 도시야스 |
△ 1955년 도쿄도 출생 △ 1980년 지바대 이학부 졸업 △ 1987년 도쿄대 대학원 지구물리학 박사과정 수료 △ 1995년 도카이대 해양학부 조교수 △ 2001년 도카이대 교수 △ 2006년 도쿄대 지진연구소 객원교수 △ 2018년 일본지진예지학회 회장 △ 2021년 도카이대 객원교수 △ 2022년 시즈오카현립대 객원교수 |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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