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솔(19)은 왼손잡이다. 그런데 골프는 오른손잡이처럼 친다. 초등학교 4학년 초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오른손 스윙을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땐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어려운 건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왼손 덕에 방향성을 더 잘 잡게 됐습니다.”(웃음)
김민솔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은 골프 선수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드전 본선에서 83위에 그쳐 올해 정규투어 입성에 실패했을 때도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경험’이라는 부모의 조언을 굳게 믿은 김민솔은 올해 드림투어(2부)에 집중하며 때를 기다렸다.
◇긍정 에너지로 막판 뒤집기
긍정 에너지로 버틴 김민솔에게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올해 5번 도전 끝에 따낸 기회였다. 그는 지난 24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끝난 대회에 추천 선수로 출전해 덜컥 우승하며 상금 2억7000만원과 함께 KLPGA투어 풀시드권(1년)을 획득했다. 2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김민솔은 “좋은 기회를 준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며 “선물처럼 찾아온 첫 우승을 통해 KLPGA투어에 입성하게 된 만큼 더 큰 선수로 성장해 보답하겠다”고 웃었다.
김민솔의 긍정 에너지는 이번 대회 우승에 큰 힘이 됐다. 마지막 날 1번홀(파5)에서도 그랬다.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며 카트 도로에 떨어졌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 콘택트를 잘하려고 일부러 카트 도로에서 연습한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게 좋더라고요.” 자신 있게 카트 도로에서 친 세컨드 샷은 다행히 두 번째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김민솔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선두에 2타 차로 끌려가며 우승 경쟁에서 잠시 밀려났을 때도 김민솔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앞서 출전한 KLPGA투어 대회를 통해 ‘버티는 힘’의 중요성을 느꼈는데, 버티면 어떻게든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차분하게 찬스를 기다린 김민솔은 마지막 3개 홀에서 역전 드라마를 썼다. 16번홀(파3)과 17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선 뒤 18번홀(파5)에서 11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단독 선두가 됐다. 이후 이다연이 8m 거리 이글 퍼트를 놓치며 김민솔의 우승이 확정됐다. 김민솔은 “긍정적으로 경기에 임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처음 느끼는 몰입감 속에서 우승까지 해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최종 목표는 명예의 전당”
김민솔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국내 굵직한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2023년 세계아마추어팀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과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을 견인하면서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민솔의 소속사 와우매니지먼트그룹의 이수정 상무는 “3년 전 김민솔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박인비 프로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신체 조건과 실력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을 대표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을 통해 KLPGA투어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김민솔은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그는 “올해 초부터 목표를 성장에 초점을 맞춘 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남은 시즌에 임하겠다”며 “우선 KLPGA투어에서 ‘성공하는 습관’을 기르겠다”고 했다. LPGA투어 진출 계획에 대해선 “KLPGA투어 적응이 우선이지만 능력이 갖춰졌다고 판단됐을 땐 꼭 LPGA투어에 진출하고 싶다”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