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조직과 연계해 산시로 스타디움서 불법 수익 챙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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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 밀란과 AC 밀란 강성 서포터 그룹 전 리더들이 마피아 조직과 연계된 혐의로 나란히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안사(ANSA)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라노 법원은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인터 밀란의 서포터 그룹인 '쿠르바 노르드'(Curva Nord·북쪽 좌석)의 전 리더 안드레아 베레타에게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같은 지도부이자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 은드랑게타의 후계자인 안토니오 벨로코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벨로코는 은드랑게타에서 가장 강력한 가문 중 하나로 꼽히는 벨로코 일가 출신이다.
AC 밀란 서포터 그룹 '쿠르바 수드'(Curva Sud·남쪽 좌석)의 전 리더 루카 루치 역시 마피아 조직과의 결탁 및 동료에 대한 살인미수 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베레타의 살인 사건은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됐다.
마피아 조직의 핵심 인사가 축구 서포터 그룹의 지도부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주목한 밀라노 검찰과 반마피아 검찰국은 곧바로 인터 밀란·AC 밀란 양측의 서포터 조직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베레타가 구속 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서포터 그룹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서포터 그룹의 지도부는 마피아 조직과 결탁해 축구장 안팎에서 불법 수익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경기 티켓을 강매하거나 두 팀의 홈구장인 산시로 스타디움 주변의 음식점과 상점을 상대로 '피조'(pizzo)라고 불리는 보호비를 요구하고 제때 안내면 폭력을 행사하는 등 마피아식 갈취를 일삼았다.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30일 인터 밀란과 AC 밀란의 강성 서포터 그룹의 핵심 조직원 19명을 조직범죄, 갈취, 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했고, 이중 16명을 신속 재판에 넘겨 실형을 끌어냈다.
검찰은 이들 서포터 그룹이 단순한 팬 문화를 넘어 마피아 조직의 하부 실행조처럼 움직이며 경기장 밖에서도 '사설 민병대'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이 극우 정치 세력과도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축구 팬 조직의 범죄 조직화 현상이 이탈리아 외에도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8일 05시03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