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 분야에서 국산 반도체 칩이 없다면 자주 국방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웨이비스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 국산화율 제고에 기여하겠습니다.”
국방의 핵심이 되는 무기 체계에도 반도체가 필수다. 특히 미사일과 같은 무기에는 무선 통신 반도체를 빼놓을 수 없다. 정밀한 이동과 타격을 위한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최윤호 웨이비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신호 송수신·증폭·변도를 담당하는 '무선주파수(RF)'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최 CTO는 “레이더부터 미사일까지 다양한 방산 분야에서 RF 반도체가 쓰인다”면서 “그러나 외산 의존도가 높아 국산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무기 체계에 탑재되는 RF 반도체 국산화율은 한자릿수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설립된 웨이비스는 질화갈륨(GaN)으로 RF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카바이드(SiC) 위에 GaN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기술 난도가 높다.
최 CTO는 “전력 변환 반도체에서 GaN 반도체를 영위하는 국내 기업이 많지만 RF 분야에서는 플레이어가 많지 않다”며 “해외 기업으로부터 대부분 GaN RF 반도체를 수입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웨이비스는 국방과학연구소의 GaN 증폭 소자 개발 국책 사업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형 구축함에 탑재하기 위해서인데, 사실상 최초의 국산 GaN RF 반도체 칩이라고 최 CTO는 강조했다.
웨이비스는 GaN RF 반도체 설계에 그치지 않고 생산까지 담당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에 생산공장(팹)을 갖추고 GaN RF 반도체 개발 및 양산에 필요한 공정을 100% 내재화했다. 반도체 칩 뿐 아니라 최종 완제품(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까지 평택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 CTO는 “내재화된 공급망으로 제품 개발 및 납기 일정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었다”며 “GaN RF 반도체와 모듈을 모두 국내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대외 변수로 인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웨이비스가 GaN RF 반도체 분야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불리는 이유다.
웨이비스는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앞세워 지난 4월 한화시스템에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시스템(L-SAM)의 다기능 레이저 증폭 보드를 양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무기 체계다. 또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 '천마(K-31)'에 들어가는 고주파 신호 발생 모듈 결합체 국산화도 성공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웨이비스는 과거 인도 철도 통신용 GaN RF 반도체를 공급한 바 있는데, 최근 협력 저변을 넓혀 GaN RF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수주했다. 웨이비스의 공정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기술 고도화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주력인 C밴드(4~8㎓)를 넘어 X밴드(8~12㎓) 주파수 대역의 Gan RF 반도체와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X밴드는 안티드론·위성통신·다기능 레이더·6세대(6G) 이동통신 등 활용 범위가 넓어, 웨이비스 사업 영역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CTO는 “X밴드 개발이 막바지에 돌입했다”며 “올해 상용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