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변혁의 파고는 한 기업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NTT, 대만 중화텔레콤과 손잡고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을 가진 글로벌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겠습니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은 10일 일본 도쿄 NTT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SK텔레콤은 NTT, 중화텔레콤과 함께 차세대 AI 통신 인프라를 겨냥한 5억달러(약 7600억원) 규모의 ‘아이온(IOWN·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 AI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NTT가 개발해온 아이온은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광전융합’ 기술이 핵심이다.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고속·대용량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일·대만 통신사가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네트워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첫발을 디뎠다는 평가다.
3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동아시아를 거점으로 하는 펀드 운용사 ‘카탈라이트 캐피털’을 통해 투자를 집행키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후지쓰, 소니그룹, 미쓰비시UFJ은행 등 20여 개 기업도 출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대상은 △전력 효율 최적화 및 액체 냉각 등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AI 가속기·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 반도체 △의료·제조·금융 분야의 AI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분산 시스템, 추론 최적화를 위한 AI 소프트웨어 △데이터 전송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광통신 기업 등이다.
정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솔루션 기업이 가장 우선적인 투자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데이터센터를 짓기만 해도 수요가 있지만 2029~2030년 이후에는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전력 효율, 냉각 기술, 공간 활용, 네트워크 연결 기술 등 세부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지금부터 관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향후 한일 협력의 핵심 분야로 AI 데이터센터와 6G를 꼽고, 일본 내 파트너와 현지 데이터센터 사업에 공동 진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해저케이블과 광통신, 데이터센터 운영 솔루션 분야에서 일본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SK텔레콤과 NTT의 이번 협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날 닛케이포럼에서 제시한 ‘한일 경제협력 빅텐트’ 구상의 연장선상이다. 정 사장은 “지금까지는 한일 양국이 따로 성장해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함께 가야 하는 시대”라며 “특히 AI를 중심으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SK텔레콤이 최근 앤스로픽에 추가 투자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초기 투자자였던 덕분에 추가 투자 기회를 얻어 참여했다”며 “앤스로픽과 협력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기에 투자를 계속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SK텔레콤은 2023년 앤스로픽에 1억달러(약 1500억원)를 초기 투자했다. 현재 지분 가치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 사장은 “SK텔레콤은 현재 재무적 어려움이 없고 앤스로픽과 계속 협력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장 지분을 처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박한신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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